테라노스 사기극 엘리자베스 홈즈의 중형, “실리콘밸리 막대한 투자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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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26.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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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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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징역 11년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테라노스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자베스 홈스.(사진=테라노스)


홈즈는 2003년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뒤 바이오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이후 피 한 방울로 암을 포함한 수백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홈즈는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렸고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을 내세워 9억4500만달러(약 1조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2015년에 이 기술이 대부분 실험 결과 조작으로 이뤄진 것이 드러났다. 지난 2018년 미국 수사당국은 홈즈를 사기 등 11건의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1월 1심 배심원은 11개의 혐의 중 4건을 유죄로 평결했다. 그리고 홈즈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로부터 징역 135개월을 받았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홈즈의 형을 결정하는데 그의 사기 행위로 인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손실했는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또 “실제 테라노스가 유치한 10억달러에 가까운 투자금 일부분에 대해서만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라노스는 다른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에는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 오라클 설립자 래리 엘리슨 등이 있었다. 

새너제이 연방 지방법원 에드워드 다빌라 판사는 홈즈의 사기극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 10명을 확인해 홈즈의 사기 행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의 테라노스 주가를 추산해 이들이 1억2100만달러를 잃었다고 판단했다. 즉, 홈즈는 테라노스가 실제로 유치한 투자금 10%가량에 대해서만 무려 11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제프 코헨 전 연방 검사는 “실리콘밸리의 투자금은 현실과 동떨어져있을 정도로 너무 커서 형량이 무거워지는 것”이라며 “만약 홈즈가 일반 기기 공장을 운영하며 같은 사기 행각을 벌였더라면 훨씬 적은 투자금을 유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실리콘밸리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저질러 고발당한 사례는 있지만 대형 IT 기업 대표가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PR은 “홈즈의 사례는 수억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한 스타트업의 가치를 치솟게 할 뿐만 아니라 연방 법원에서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심각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샘 뱅크먼-프리드가 이끄는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같이 붕괴된 다른 IT 회사에 대한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고 공판에 앞서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미래의 스타트업 사기 행각을 막고 혁신에 대한 자금을 조달할 때 투자자들이 가져야할 신뢰를 재건하기 위해 홈즈의 징역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테라노스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븐 다비도프 솔로몬 UC버클리 법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실리콘밸리에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존재해왔다”며 “홈즈가 (실형을 선고 받은)첫 사례지만 앞으로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헨 전 검사는 “실리콘밸리의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척 하라’는 문화에는 어느 정도의 과장이 수반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홈즈의 경우에는 과장 이상의 사기 행위가 발생한 것이 인정됐으나 아직까지 IT 업계에서 사기 범죄와 제품 및 기술에 대한 과대 포장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실리콘밸리가 이번 사건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IT 스타트업을 연구하는 미국 매리랜드 대학의 데이비드 커쉬 교수 또한 “벤처업계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로운 기업 이야기에 약하다”며 “홈즈가 감옥에 간다는 이유로 업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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