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신혼집 어떻게 해”...돕겠다던 정부마저 ‘감감’ [부동산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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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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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지원한다던 서울시
관계부처와 협의 확정 안돼
여러 피해대책 여전히 미흡


화곡동 빌라 [이충우 기자]
직장인 김 모씨(30)는 2021년 3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빌라에 전세로 입주하며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전세보증금 2억 5000만원 가운데 1억 8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당시에는 외벌이라 금리가 2%대로 낮은 ‘서울시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

2년이 지나 전세 계약을 끝내려던 김 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독촉을 계속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주인은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당장 대출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와 은행을 찾은 김 씨는 또 한 번 좌절했다.

그는 “지금은 맞벌이라 소득 기준에 맞지 않아 대출 연장이 안된다고 했다”며 “서울시가 연초에 ‘자격요건과 무관하게 피해 지원을 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이 안되고 있더라.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출 상품도 알아봤지만 최근 빌라의 공시가격이 뚝 떨어져 대출 가능한 금액이 변제해야 할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작년 연말 ‘빌라왕’ 사태가 터지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연초부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책을 줄줄이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은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서울시는 지난 1월 6일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고 있던 가구 중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 받지 못해 대출 상환이 어려운 가구에겐 최장 4년간 대출 상환 및 이자 지원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소득과 연령 등 자격 요건과 무관하게 대출 연장을 지원한다”고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2일에도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확대 운영한다며 비슷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주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전세 대출 연장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의 합의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도 언제 지원이 가능할지 정확한 일자를 알 수 없는 셈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만으로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긴급 주거 지원은 보건복지부가, 법률 지원은 법무부가, 대출은 금융위원회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범정부 차원의 전담팀(TF)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부동산 침체로 깡통 전세 피해는 점점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며 “보증금을 받기 위해 빌라를 경매에 넘겨도 낙찰이 안된다. 빚쟁이가 되는 피해자가 많다”고 우려했다. 실제 법원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매 낙찰율은 10.7%에 불과했다. 매물이 670건이나 나왔는데 오직 72건만 낙찰이 된 것이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도 “정부는 피해자가 대출 연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 은행에 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을 당한다”며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피해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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