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술 찾지 마세요”…유품정리사가 말하는 ‘나’를 지키는 방법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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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8. 오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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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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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의 기록 /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펴냄

짐이 되기 싫어서 가족 피하고
기대에 못 미쳤다고 자책하고
누군가 이들 손 잡아줬다면…


[사진 출처=연합뉴스]
유품정리사들은 문을 열기 전부터 방에 드리운 그림자를 느낀다. 망자(亡者)의 공간에는 언제나 문틈 사이로 죽음의 냄새가 새어나온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9월 어느 날, 저자는 안타까운 죽음을 만났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실족사한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집을 정리했다. 유족의 사연은 안타까웠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소원해진 아버지를 찾아 경찰서 지구대를 돌았지만,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는 알려줄 수 없다는 거절의 말만 들었다. 4년의 숨바꼭질 끝에 주민등록초본에 의지해 찾아간 재개발 지역에서 부친의 거처 근처까지 갔지만, 77세인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충격만큼이나 무거운 죄책감이 짓눌렀다. 짐에선 부치지 못한 편지가 나왔다. 짐이 되기 싫어 피하기만 하다 뒤늦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다.

“또 한 명의 인생을 지웠습니다”라는 고백으로 많은 독자들을 울린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의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베스트셀러가 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출간한지 7년만에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두 저자는 그동안 유품정리사라는 직업과 고독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고, 비영리단체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품정리사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보람있는 활동이었음을 고백한다.

모든 현장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떠난 이들 대신 그들의 사연을 말해주는 유품을 정리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죽음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건 청년들의 고독사다. 2월 초에 고인의 어머니에게 의뢰가 왔다. 명문대 학생으로 원룸에서 자취하던 고인의 일기장에는 ‘어른’이라는 단어가 많았다. 왜 자신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했는지 한탄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늦잠을 자고, 공부에 집중 못하는 자신에 가혹했던 고인은 매일 일기장에 반성문을 썼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버티던 그는 결국 마지막 일기장에 유서를 쓰고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취방을 정리할 수 없었다며 일을 의뢰했다. 유독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고인은 일기장과 짐을 건네며 부모와 저자는 함게 울었다.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들을 정리하고, 그들의 마지막 사연에 귀를 기울여온 저자는 ‘누군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지키기 위한 7계명을 실었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가까운 지인을 곁에 두고, 취미를 만들고, 밥 대신 술을 찾지 말라는 조언이다. 새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작은 바람을 함께 적었다. “7년 뒤에는 청년 고독사가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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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미술 분야를 취재하며 '미술시장 완전정복'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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