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은행 위기 속 은행주 공매도 ‘극성’…미 당국, 감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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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05.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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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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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팩웨스트 뱅코프. AFP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 중소 지역은행의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당국이 공매도 투기 세력에 대한 감시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 변동폭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공매도 세력은 은행 주가 하락에 거액을 베팅해 큰 차익을 올리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지역 중소은행 주가는 불안정한 급락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50% 이상 폭락했고,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도 38.45% 하락했다. 이 외에 자이언즈 뱅코프, 퍼스트 호라이즌 등도 두 자릿수 폭락을 면치 못했다.

이는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인출)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공매도 세력이 지역 중소은행의 주가를 계속 흔들면서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더 싼 값에 해당 주식을 매수해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이로 인해 시장의 불안감이 커져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 정보 분석업체 오르텍스에 따르면 공매도자들은 특정 지역 은행의 주가 하락에 베팅해 4일 하루에만 3억7890만달러(약 5031억원)를 벌어들였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한 지난 3월 잇따른 은행 붕괴로 예금주들이 거액의 예치금을 날리는 상황에서도 공매도자들은 8억48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트루이스트 증권 애널리스트 브랜던 킹은 “최근 지역은행 주식의 매도는 펀더멘털과 분리된 채 과도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로 인한 주가 불안이 심화되자 금융 당국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인 와치텔, 립톤, 로젠 앤 카츠는 이날 미국 증권 감독 당국에 금융기관의 공매도를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행가협회(ABA)도 은행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며 “악용되는 거래 관행을 줄이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린지 존슨 소비자은행협회 회장은 은행 업계가 여전히 건재하다고 강조하며 당국이 시장 변동성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건전한 은행에 대한 공매도 압력을 포함해 시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SEC는 특히 투자자들과 자본 형성 또는 더 광범위하게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위법 행위라도 식별하고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이 최근 은행 주가의 큰 변동성에 대해 ‘시장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SEC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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