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병원은 내년 3월 전까지 전문의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을 통해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입원진료와 별개로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난달 28일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천 권역 소아 질환의 치료 종결병원으로 역할 하고자 노력해왔던 저희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꾸짖으셔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저희도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길병원 소청과의 진료중단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최근 몇 년간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서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4년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길병원 소청과는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소청과 전공의 미달사태는 수도권 다른 대형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일 지원자 서류접수가 마감된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빅5'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병원은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 정원에 지원자가 전무했으며 산하 8개 병원을 운영 중인 가톨릭의료원은 총 13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전국 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전공의 공백이 심화됨에 따라 소청과 진료 인프라가 무너지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최근 소청과 전공의 인력 상황을 보면 2~3년 뒤면 서울에서도 야간에 소아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2~3곳 밖에 남지 않을 것이며 지방은 아예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