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기후변화 여파…‘육묘장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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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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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 육묘장 기지개
등록업체 5년 새 80% 늘어나
병해충 등 관리 어려워 이용↑
이상기상 잘 견디는 품종 인기
전남 함평육묘장에서 출하를 앞둔 토마토·고추·대파 모종이 줄지어 놓여 있다.
2월28일 오전 전남 함평육묘장. 비교적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검은 모판이 줄지어 있었다. 작업인부들은 모판 위에 뿌린 씨앗이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폈다. 꽤 커보이는 연동 시설하우스 내부엔 수박·고추·오이·토마토 등 과채류 모종이 빼곡했다.

함평육묘장은 전체 1만1570㎡(35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채소·과채류 모종을 전문으로 생산·공급한다. 이동훈 함평육묘장 상무는 “주문이 몰려서 새벽부터 출근해 차량 2대분 모종을 출하했다”면서 “해마다 이맘때면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쁜데 최근 몇년새 육묘장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육묘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고령화와 기후변화가 육묘장 이용 수요를 늘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육묘업 등록 업체는 2018년 1506곳에서 2023년 2714곳으로 80% 증가했다. 박성규 국립종자원 종자산업지원과 주무관은 “등록업체 대부분이 실제로 영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폐업률은 1% 이하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최근 들어선 신규로 참여하려는 것인지 육묘업 등록 조건이나 시설 기준을 묻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접촉한 육묘장들 역시 최근 수년간 매출이 꾸준히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상무는 “5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2배가량 늘었다”고 했고, 김석우 전남 장성육묘장 대표도 “몇년간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했다. 한승규 나주 산포농협 육묘사업소 과장은 “10년 동안 적자를 봤던 사업이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접붙인 수박 모종이 발광다이오드(LED)가 설치된 방에서 자라고 있다.
육묘장 성업은 종자업계에서도 확인된다. 농우바이오는 육묘장 대상 모종용 종자 판매액이 2020년 113억원에서 2024년 152억원으로 34% 증가했다. 정채현 농우바이오 본부장은 “수년 전만 해도 농가와 육묘장에 각각 판매하는 모종 매출액 비중이 7대 3이었지만 최근엔 3대 7로 뒤집혔다”면서 “특히 과채류 모종은 대부분 육묘장을 통해 유통되고 엽채류도 육묘장 취급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농가들이 육묘장을 찾는 이유로는 고령화와 재배기술 변화, 잦아진 이상기상이 꼽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종을 키우는 것은 품종별로 20∼60일간 온습도를 맞춰 돌봐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병충해 관리도 수시간마다 확인해야 해 체력적 부담이 크다. 수박·토마토 등 일부 과채류는 생산성을 높이고자 두 품종을 접붙인 모종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종을 키우기가 까다롭다.

더욱이 지난해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일수)는 33회로 1990∼2020년(8.8회)의 3.75배였다. 김경호 농우바이오 차장은 “폭염피해를 본 농가는 다음해엔 더 튼튼한 모종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육묘장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육묘장 이용이 늘면서 수요 품종도 농가별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 상무는 “보통 4월에 아주심기해 7∼8월 수확하는 여름수박농가는 고온을 잘 견디는 품종을 선호한다”고 했고 장성환 광주원예농협 실장은 “요즘 토마토농가는 이상기상에 대비해 온도 변화에 잘 견디는 품종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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