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학생 간담회서 "강제성 인정한다"
단톡방 투표조차 없었던 학과도 많아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지속해왔던 동덕여대의 '수업 거부'는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는 주장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에 찬반을 묻는 투표 역시 학과 단체톡방에 올라왔다 1분 만에 사라지는 등 사실상 의견수렴 절차도 생략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총학생회 측도 이러한 절차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현아 총학생회장이 지난 24일 경향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투표에 학생 대부분이 참여했고, 거의 모두 수업 거부를 원했다"라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동덕여대 시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총력대응위원회'는 지난 11월 12일 SNS를 통해 "수업 거부는 11월 12일부터 실험, 실습, 토론, 발표 등 수업의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수업'에 대해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재학생의 총의를 어떻게 모았다는 근거는 따로 언급된 바 없다. 단과대학별 SNS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수업거부에 돌입한다'는 모호한 표현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도 이미 절차적 하자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지난 11월 18일자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전체 학생 간담회 속기록에 따르면 한 참석자가 수업거부를 지속할 것이냐고 물으며 "특정 단과대학은 수업거부 투표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총학생회가 "강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며 "수업거부를 모든 이들에게 강제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학생회 측은 이어진 유사한 질문에 대해 "건물들의 점거가 해제되면 자율성이 부과되고 수업거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수업거부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과별 '단톡방(메신저 단체방)'에서 수업 거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가 진행된 곳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상당히 부실했다. 아예 이러한 투표가 시도조차 되지 않은 곳이 많다. 또 투표가 단톡방에 올라와도 찬성측 학생들이 "당연한 것을 왜 투표하느냐"고 반발해 투표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지난 22일 주간조선과 만나 "학과 차원에서 수업 거부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는 아예 없었다"며 "단지 수업거부를 진행하겠다는 단과대학별 공지가 내려왔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학과 대표가 공학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찬반 투표를 올리긴 했다"면서 "반대하는 친구들의 항의가 거세 투표가 1분만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투표 시도 자체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것이 에브리타임(대학별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와 '당연한 일을 왜 투표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이 복수의 학과에서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동덕여대 재학생 역시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아예 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수업거부 사실을 '공표'한 곳이 대부분이다"라며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곳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 결과가 공개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주간조선이 입수한 일부 학과의 단체 메신저에서는 "투표도 없이 수업거부를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학생들의 항의에 학과 대표가 "나도 내려받은 공지라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 거부는 총력대응위원회가 결성된 11월 11일 저녁쯤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러한 과정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11월 11일자 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간조선이 만난 복수의 재학생들은 이에 대해 "(총력대응위원회의 공지와) 비슷한 시각 단과대 등 단위별로 '수업 거부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전달사항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총력대응위원회는 동덕여대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이 핵심 세력으로, 위원회 구성원 17명 가운데 사이렌 대표 안OO씨를 포함해 4명이 이 동아리 소속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곳에 대표자 2명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 기구가 어떤 추인 과정을 통해 시위의 대표격이 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수업 거부가 결정되었던 11일에서 12일 사이엔 서울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종로구 대학로캠퍼스, 강남구 청담캠퍼스 등의 강의실과 실습장이 시위대들에 의해 봉쇄됐다. 또다른 재학생은 "그래도 수업계획이 있어 가 보니 강의실 문에 청테이프가 발라져 있고 락카칠이 되어 있었다"며 "이런 난장판을 치운 학우들도 있었는데, 그러자 익명 커뮤니티에서 '다시 (테이프) 붙이러 갑니다'라고 인원을 모집해 다시 강의실을 봉쇄하더라"고 증언했다.
동덕여대에서는 지난 10일부터 '학교 측이 소통 없이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시위대가 캠퍼스를 점거하는 등 소요사태가 진행중이다. 학교측은 '공식 논의를 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총학생회측이 개최한 학생총회에서 '거수투표'의 형태로 공학 전환 반대가 의결된 이후, 총학생회와 처장단이 '공학 전환 논의 중단'을 조건으로 수업거부 해제에 합의했다. 다만 본관은 아직 점거 상태로 남아있다.
주간조선은 이에 대해 동덕여대 최현아 총학생회장에게 23일부터 26일까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답신이 오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 기간 경향신문을 비롯한 일부 매체의 취재에는 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