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발레리나’ 서울 공연, 침략자 거드는 잘못된 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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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과 영국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해온 예술인들을 무대에서 퇴출시켰다. 최정상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미국 오페라 무대에서 사라졌고, 대표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서 해고됐다. 러시아 예술인들을 모두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친(親)푸틴 예술인들까지 관용하는 것은 전범(戰犯)을 거드는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친푸틴 발레리나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다음 달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자하로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나라에서 펼치는 첫 공연이라고 한다. 한국이 자유 진영의 친푸틴 예술가 보이콧을 깨는 첫 나라가 되는 것이다. 자하로바는 볼쇼이 최고의 발레리나이지만, 푸틴의 통합러시아당 당원으로 연방의회 의원도 지낸 정치인이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서 푸틴의 크럼반도 합병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의 이완용’이다.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북한과 핵·미사일 협력으로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준(準)적국’이다. 푸틴 측근의 공연을 허용하는 것은 침략자를 거들고 반푸틴 국제 연대를 흔드는 결과도 초래한다.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배신도 된다. 예술과 국익은 최대한 분리하는 게 좋지만, 특정 예술 활동이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거나 독재자를 돕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그런 우려가 해소될 때까진 공연을 거부하는 게 문명국과 문명인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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