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연석회의는 이해찬 대표 시절부터 소상공인·노동자 등 약자 타깃 정책을 개발해 온 당내 기구다. 그간 사회적 ‘을’에 집중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최근 이 대표가 주창한 ‘중도 실용’ 기조가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적잖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3개 분과(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금융·주거위원회) 선정 20개 민생의제, 60개 정책과제는 공공복지 또는 친노조 공약 일색이었다. 1번 과제는 이재명표 지역화폐 발행 확대와 이를 위한 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였다.
이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 성장”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내용이 여럿이었다. 보수 진영이 “기업 죽이는 법”으로 비판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규제 논란을 부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도 포함됐다. 시중은행에 권고 형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할당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기술 분쟁 시 국가가 중소기업의 증거 수집을 지원하는 방안 등 ‘반(反)시장’ 정책도 많았다.
반면에 노동계 요구는 대폭 반영했다. 고용보험을 프리랜서·자영업자 등에게 확대하고, 주4일제 도입도 약속했다. 또 자영업자 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한편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국가임금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 대표는 “최근 성장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럼 복지, 분배는 버린 건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복지도 중요하다’ 했더니 (내가) 왔다 갔다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은색이 아니니까 흰색이겠지, 흰색이 아니면 바로 검은색이야’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나”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는 “논의해야 할 의제”라며 “(대선) 공약이나 이런 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안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는 “대선 공약 빌드업”(재선 의원)이라는 평이다. 20대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정책총괄이었던 ‘숨은 찐명’ 윤후덕(4선) 의원이 취합·선정을 주도했다.
한편 전면적 장외투쟁 이틀째인 12일 이 대표와 비명계 대선 주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앞 천막 농성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헌재가) 국민적 상식과 역사적 소임에 어긋나는 결정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탄핵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직무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탄핵을 촉구한 비명계 주자들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