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소금 사재기에 “한국 흉내내지 말고 이성적 소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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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25.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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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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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 각지에서 소금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더우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오염수 (일본은 ‘처리수’로 표기)를 방류한 24일, 중국 전역에서는 ‘소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중국 리즈신원은 이날 산둥성 동부의 항구 도시인 웨이하이의 시장에 소금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단 1시간 동안 판매된 소금이 4t이 넘었다. 또 다른 항구 도시인 랴오닝성 다롄의 편의점에서는 점주가 수백 상자의 소금을 쌓아 놓고 평소 판매가의 2배로 팔고 있었다. 남동부 푸젠성 푸저우시에서도 상점마다 소금을 사려는 주민들이 긴 줄을 섰다. 중국 국영 CCTV 등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오염수 공포를 부추기는 데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오염수 위험을 과장한 가짜 뉴스가 돌면서 중국인들이 ‘오염수 공황’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금이 품절됐다. 메이퇀·허마·딩둥마이차이 등 신선 식품을 즉각 살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소금, 저나트륨 소금 등을 검색하면 ‘품절’이 떴다. 중국의 소금 생산·유통 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장옌그룹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쑤옌징선·쉐톈염업·중옌화공 등도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한국에서도 앞서 소금 가격 급등과 사재기 현상이 있었는데, 중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산둥성 동부의 항구 도시인 웨이하이에서는 24일 시장에 소금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한 시간 동안 판매된 소금이 4t이 넘는다고 리즈신원은 보도했다./리즈신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중국 국영 CCTV는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수도 도쿄의 최대 200배 수준의 방사선이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방류 현장에 나간 CCTV 기자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6.5㎞ 떨어진 한 항구에서 휴대용 선량계를 이용해 방사선량을 측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당 최대 2.0μSv(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고 전했다. 오염수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는 과정에서 방사선량이 극도로 적어지는데도 위험성이 여전히 큰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공포를 부채질한 중국 당국은 이제 중국 내 소금 가격 급등과 국내산 수산물 소비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왕샤오칭 중국염업협회 이사장은 중국 언론에 “중국은 엄격한 식품 안전 규정을 갖고 있고, 국내 소금 생산량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으므로 한국인들의 방식을 흉내 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푸저우시 상무국도 “계속해서 전력으로 공급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고, 식용 소금 물량도 충분한 상태”라며 “시민들은 유언비어를 믿거나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국유 소금 생산 기업인 중국염업그룹은 성명을 내고 “사회 각계는 이성적으로 소비하고, 맹목적으로 구매에 나서지 말라”고 했다. 장시성염업그룹도 25일 “장시성 일부 도시에서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식품 안전은 보장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해양 도시 다롄의 편의점에서는 24일 수백 상자의 소금을 쌓아놓고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더우인

중국의 각종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오염수 위험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옆집 미치광이가 아이 오줌을 아파트 공용 복도에 뿌리는 격이고, 위협적이기보다 불쾌한 일에 가깝다”는 온화한 주장과 “전례가 없는 핵 오염수이기 때문에 인간과 바다 생물에 치명적 상해를 입힐 것”이란 주장이 부딪히는 중이다. 한 아파트 단톡방에서는 노인들이 고가로 소금을 구입하는 피해가 늘자 “소금은 안전하니 비싼 값에 구매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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