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파바' 점주들 손실보상 목소리낸다…풍전등화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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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09.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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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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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유통팔달 시간에는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고 여파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SPC그룹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0대 초반 여성 직원이 소스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한 지도 어느덧 3주가 지났는데요.

SPC를 향한 소비자들 불매운동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고,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매출 타격에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망 사건 초기에는 비교적 조용하던 가맹점주들도 이제는 손실 보상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SPC는 고용노동부와 검찰로부터 전방위적인 조사까지 받고 있죠.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SPC입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SPC의 현재 상황, 박규준 기자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지금도 소비자들 불매운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죠?

점주분들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우선, 파리바게뜨 점주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파리바게뜨 A 점주 : 20~30%는 (매출이) 줄어든 것 같아요. 심한 데는 거의 반으로 떨어진 곳도 있고. 점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입시 선물류나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이런 것들이 왕창 불매 되는 것 아닌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점포 매출은 사고 직전 대비 평균치로 보면, 약 20% 수준 줄어든 상황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출 타격이 크다 보니 점주들이 빵 만드는 제빵기사들에게 나가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점주협이 최근 노조 측에 전달한 협조 공문을 보면요.

점주협은 "불매운동의 파고가 낮아질 때까지 고통 분담을 하자"면서 "각 점포의 제품, 카페 생산량에 비례해서 기사들의 근무 시간을 점주와 기사가 협의해서 조정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불매운동으로 빵이 덜 나가고, 빵 만드는 시간도 줄어드니까, 근무 시간과 임금도 줄이자는 겁니다.

하지만 애꿎은 제빵기사들의 월급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점주들도 SPC 본사 잘못으로 장사가 안되는 거니까 억울할 것 같은데, 회사 측을 상대로 본격 대응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사건 초반 조용했던 점주들도 매출 타격이 이어지자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파리바게뜨 점주협이 손실보상을 위한 TF를 꾸리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TF가 가동되면 점주들이 이번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매출 하락분에 대한 보상 요구를 하는 게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점주협 관계자는 "조만간 TF 조직을 구성하기로 했다"면서 "최근 던킨 사례처럼 손실 보상은 물론, 법적인 손해배상 소송까지도 TF 내에서 단일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던킨 사례란, 지난해 9월 던킨 생산 공장에서 누런 이물질이 떨어지는 영상이 공개돼 던킨 점주들이 매출 하락 등 피해를 봤는데요.

이후 사측이 던킨 점주들에게 사고 한 달 뒤, 38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 것에 더해 최근 추가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을 말합니다.

소송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매출 타격이 큰 점주들을 중심으로 이미 변호사 자문을 받은 서류를, 점주협 회의 자리에서 꺼내 들며, 소송 제기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박 기자,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사가 얼마나 진행됐나요?

특별한 조치가 내려진 게 있습니까?

[기자]

고용노동부는 현재 SPC그룹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 본사를 비롯해, 계열사 내 64곳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이번 달 18일까지 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고용부는 현재 SPC 빵 공장과 식품공장의 산업안전과 근로 여건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SPC 직원이 조사 나간 고용부 근로감독관의 감독 일정 등이 담긴 서류를 몰래 촬영해 사내 공유한 일이 터지면서, 고용부가 SPC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사건 관련해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게 가능한지도 궁금한데, 어떤가요?

[기자]

고용부는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으려면 그 대상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경영책임자'여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론 회사 대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사망 사고가 터진 SPL은 전문경영인이 대표로 있는 곳이라, 이 법인만 떼어놓고 보면 허영인 회장에게 책임을 묻긴 힘들다는 게 고용부 설명입니다.

하지만 노조는 "실질적으로 SPL을 지배하는 건 허영인 회장인 만큼, 허 회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대상"이라고 말하는데요.

지배 구조상 SPL은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 갖고 있고, 파리크라상은 최대 주주인 허영인 회장이 지분 63%를, 나머지는 두 아들과 부인이 갖고 있는 가족회사입니다.

SPL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 허 회장인 만큼, 안전 확보의 최종 책임도 허 회장에게 있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도 고려해서 보고는 있는데, 현재로선 지배구조가 그렇다고 해서 허영인 회장이 안전 관련,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SPC 관련해 검찰에서도 움직이는 것 같던데, 검찰은 어떤 부분을 보고 있는 건가요?

[기자]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SPC그룹 본사와 계열사들을 압수 수색했는데요.

SPC 계열사들이 허 회장 자녀들이 보유한 'SPC삼립'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 관련해 강제수사를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 허영인 회장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또 SPC 전현직 임원들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SPC는 소비자와 근로자, 점주들 신뢰도 타격을 받고 있고, 허 회장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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