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가 사라졌다'‥국방부의 '지우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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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01. 오후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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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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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오늘 SNS에 시 한 수가 올라왔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조국으로 추앙받으며 돌아왔지만, 느닷없이 모멸을 당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내가 언제 동상 세워달라 했나,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다'며 회한으로 절규하는 홍범도 장군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시인이자, 40년 넘게 홍범도 장군을 연구해 온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쓴 시인데요.

국방신문에선 이 교수의 인터뷰가 삭제됐고, 홍범도 장군 영상도 비공개 처리하는 등 오늘도 '홍범도 장군 지우기'는 계속됐고 이에 대한 분노도 이어졌습니다.

엄지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지난 2018년.

국방부가 공식 SNS에 올린 영상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주장은 시대 상황을 잘 몰라서 생긴 "오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선덕/국방TV PD(2018년 8월)]
"오해지, 소련의 상황을 잘 몰랐던 거야. 우리가 강제 이주 당하고 막 그런 눈물 나는 걸 잘 몰랐던 건데‥"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만든 이 영상은 그런데 최근 돌연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정부의 철거 방침에 반대해 온 '홍범도 평전' 작가를 다룬 국방일보 기사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동순/영남대 명예교수('민족의 장군 홍범도' 저자/지난달 30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제가 국방부 문서를 봤는데 너무 유치찬란했습니다‥공산주의자로 활동을 한 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내놓아 보라고 하시죠."

군이 별다른 논의도 없이 5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흉상을 들어내기로 한 육군사관학교는 교과 과정 개편에도 착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선택 과목으로 지정한 '한국전쟁사'와 '북한학'·'군사전략' 세 과목을 공통 필수 과목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연일 '이념'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발도 계속됐습니다.

[서울겨레하나 기자회견(오늘 낮, 서울 독립문)]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하라! 독립운동가 정신 계승 시민들이 이어가자!"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 변경에 대해 "해군이 검토하는 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다른 답을 했습니다.

MBC뉴스 엄지인입니다.

영상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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