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① 에이프릴 “왕따설 침묵한 이유…모든 걸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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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22.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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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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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에이프릴 멤버들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모 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

걸그룹 에이프릴이 ‘전 멤버 이현주 왕따설’ 이후 근황과 심경을 밝혔다.

‘스포츠경향’은 지난 주말 에이프릴 멤버(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를 서울 강남 모 처에서 만났다. 이들은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깊은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에이프릴 멤버들은 “우리의 시간은 2월 28일에 멈춰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잘못한 일이 없는데 악인으로 내몰리고 죄인 취급받는 잘못된 이 상황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현주 남동생의 폭로 글 속에 이름이 거론돼 ‘왕따 주동자’로 낙인 찍힌 이나은은 “이젠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스타들의 학폭 논란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던 지난 2월, 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의 남동생은 한 온라인 게시판에 “누나가 멤버들로부터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고 그로인해 원치 않는 탈퇴를 했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고 적어 큰 파장이 일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주인공격인 안고은역으로 캐스팅되며 승승장구하던 이나은은 광고와 드라마에서 하차해야 했다.

소속사는 “왕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동창생 등 제3자의 글이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지고, 멤버들의 방송 출연 장면이 짜집기 된 무분별한 동영상 업로드가 유튜브 등을 통해 이어지면서 에이프릴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나은은 논란 후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에이프릴 공식 카페에 “그런 적 없다”며 왕따와 괴롭힘 의혹을 부인했다. 멤버들 역시 SNS와 팬카페를 통해 왕따설을 부인했다. 너무 늦은 해명이었을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나은은 멤버 이현주가 탈퇴한 지난 2016년 당시 상황이 담긴 일기장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임상심리사를 통해 2015년 11월 부터 2016년 4월까지 약 5개월간 상담을 받은 기록지를 들고 기자 앞에 나타났다. 김채원 역시 당시 받았던 심리상담기록지를 들고 왔다. 기록지에는 멤버 이현주의 불성실과 거짓말 등으로 인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심경이 상세히 적혀져 있었다.

아래는 이현주 탈퇴 후 보강된 에이프릴 멤버 윤채경과 레이첼을 제외한 에이프릴 기존 멤버 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과 나눈 1문 1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랜시간 침묵했나.

회사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기다리면 진실이 밝혀질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개월간 깨달았다. ‘아이돌’이라는 직업 자체가 정확한 이해를 받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걸…. 에이프릴을 지키기 위해, 또 멤버였던 이현주를 위해서도 다 말 못한 부분이 있다.

-인터뷰에 응하게 된 이유는.

회사의 공식 입장이나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쓴 입장문 만으로는 오해가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현주가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한다면 용서하겠다”고 쓴 글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우리는 이현주에게 잘못한 적도, 실수한 적도 없다. 에이프릴이 7년간 ‘청정돌’이라는 콘셉트로 커 왔지 않은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었만, 많은 분들이 뭐라도 증거를 공개하라고 하더라. 이제는 다 보여주고 싶다.

2016년 당시 에이프릴 숙소 현관 사진. 사진=에이프릴 제공

-논란이 된 부분을 짚고 넘어가보자.

이현주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신발’과 ‘텀블러’ 관련이다. 당시 숙소 입구에 신발이 2~300켤레가 있었다. 문제의 신발은 회사에서 1인당 2켤레씩 총 12켤레를 연습화 용도로 협찬 받아 지급한 신발이었다. 신인 걸그룹들이면 다 받는 보통 신발이다. 비싼 것도 아니고 훔칠 이유가 전혀 없다.

신발에 이름을 써놓은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데 괴롭힘의 목적으로 신발을 훔쳤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멤버 4명의 신발 사이즈가 230으로 같아 누구 신발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땐 ‘잘못 신고 갔네’라고 생각했지 ‘악의적으로 훔쳤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2016년 당시 에이프릴 숙소 사진

-‘할머니가 선물한 소중한 텀블러에 허락없이 청국장을 담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신발 상황과 비슷하다. 거의 100개 가까이 되는, 수십개의 텀블러가 숙소 곳곳과 싱크대 찬장 안에 가득했다. 오죽했으면 대청소 날에 어머니들이 오셔서 “스타XX보다 텀블러가 더 많다, 카페 차려도 되겠다”고 말을 하셨을 정도다.

된장국이나 청국장이냐 말이 많은데 된장국이다. 당시 다이어트 때문에 회사에서 식당 음식은 사먹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샐러드·과일을 사다 먹거나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와서 먹었다. 엄마가 된장에 멸치 다시팩을 만들어 얼려주셨는데 그걸 데워서 두부만 넣어 끓인 다음 텀블러에 넣어 스케줄에 가지고 간 거였다.

그 텀블러는 (이현주 남동생이 주장한 것 처럼) 빨간색이 아닌 연한 핑크색이었다. 이름도 씌여 있지 않았다. 그 텀블러를 사용할 때 이현주는 숙소에 없었다. 이현주는 늘 아팠고, 본인의 요구에 따라 연습생 시절과 데뷔 초반을 제외하고는 숙소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현주가 평소 그 텀블러를 사용하는 걸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소중한 물건이라고 말한 적도, 할머니의 유품이라고 말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날 현장에서 그 텀블러를 보고 엄청 화를 내서 바로 사과했고, 멤버들과 먹던 된장국을 마저 먹었고 숙소에 돌아와 깨끗하게 씻어놨다.

-이현주가 멤버 모두의 왕따와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 멤버들은 모두 이현주를 무서워했다. 그런 사람을 괴롭히고 왕따? 말도 안된다.

이현주 남동생이 쓴 글을 보면 ‘극단적 선택 후 멤버들이 깨닫고 와서 사과했다’는 부분이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이다. 우린 이현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걸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당연히 몰랐기 때문에 사과한 사실도 없다.

상식적으로 같은 팀 멤버가 어떤 이유에서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방관하고 모른체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당연히 곧바로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휴대폰도 없었고 회사로부터도 당시에 들은 적이 없다.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자세한 사실을 알게됐다.

오히려 우리는 숙소생활을 힘들어하는 이현주를 다독여 함께 가려고 했고, 생일파티를 열어준 영상도 있다. 방송촬영용으로 찍은게 아니라 진짜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여준거였다. 이현주가 그때 정말 행복해했다. 왕따를 시키거나 당하고 있었다면 이런 영상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에이프릴이 공개한 이현주 생일파티 영상 캡처.


2016년 2월 G TV리얼리티 촬영 현장에서 찍은 스티커 사진. 촬영장에서 스티커 사진 기계를 발견하고 멤버들이 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현주는 팀 내 왕따가 연습생 시절부터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멤버들은 함께 셀카 사진을 찍을 정도로 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데뷔 전 학동공원에서 찍은 사진.

-이현주와 얘기는 나눈 적이 있나.

평소 아이돌이 하기 싫고 힘들다는 말을 했었다. 본인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현주는 연습생 시절부터 항상 아프다고 했고 연습에 자주 빠져 우리를 힘들게 했다. 심지어 음악방송 스케줄에 두 번이나 펑크를 냈다. 9월 11일 이현주가 KBS ‘뮤직뱅크’ 리허설에 펑크를 냈다. 그때 출근길 사진 촬영도 못하고 건물 뒤로 돌아서 들어갔다. 리허설 전까지 이현주가 오지 않아 멤버들 모두 펑펑 울면서 5인버전 안무를 급하게 연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현주는 생방 직전에 “생방은 해야죠”라고 말하며 돌아왔다. 이후 그 곡 활동 내내 해당 음악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 우리는 패널티를 받은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 팅커벨 활동 시작과 동시에 출연한 MBC ‘쇼! 챔피언’ 무대는 아예 펑크를 냈다. 우리는 그때도 아예 영문을 몰랐다. 이현주가 생방 직전까지 결국 오지 않았고 매니저님이 숙소로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얼굴에 붙였던 별장식, 헤어 피스 전부 다 떼고 울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회사에서 ‘앞으로 4인으로 해야한다’고 해서 밤 새 안무를 짜고 준비했다. 당시에도 우리는 ‘(이현주가)또 아픈가보다’ 했을 뿐이다.

-남동생이 주장하는 ‘썩은 깁밥’ 사건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스케줄을 마치고 차로 돌아왔는데 막내들이 타는 맨 뒷자리에 김밥이 있었다. 5월 인데다 차 안에 두어서 그런지 쉰내가 났다. 이현주가 향수를 심하게 뿌리기 시작했다. 예나는 향에 예민해서 금세 두통을 느꼈고, 향수를 그만 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평소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도 소리를 지르니까 당시 전화통화를 하던 매니저가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 ‘소리를 낮추라’고 전달하는 채원에게도 폭언을 했다. 예나에게는 ‘넌 왜 눈을 그렇게 떠?’ 라며 윽박을지르기도 했다. 다음날 ‘쇼챔’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일 때문에 펑크를 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또 ‘아픈가보다’고 생각했다. 그 일 이후에 다시는 본 적 없다.

데뷔당시 에이프릴.

-이 사건이 왜 생겨났다고 생각하나.

사춘기 시절, 휴대폰도 없이 가족과 떨어져 숙소생활을 하는 아이돌의 한계가 아닐까. 지금은 우리가 성인이지만 당시는 14살, 15살도 있었다. 짧은 연습 기간 서로 친해지지 못할 수 있다. 또 모든 멤버에게 다가갈 수 없을 수 있고, 다가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가 친해질 수는 없다. 그게 그렇게 큰 죄인가. 걸그룹 모두가 그렇겠지만 팀 내 질투가 존재하고 의도가 아니어도 말 한 마디에 상처 받고 그럴거다. 그래도 맞춰가려고 노력하면서 버텨간다. 우리와 같은 아이돌과 선배들, 연습생 모두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숙소 생활 할 때 오히려 섭섭한 게 있어도 말 못했다. 그때는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만 했다. 서로를 챙길 겨를도 없없다. 5년 차 이상 됐을 때 숙소를 따로 살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소중함도 알게 됐는데, 이현주 하나로 에이프릴이 무너지게 됐다. 본인이 어떤 이유에서 힘들었던 걸 멤버들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팬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멤버 모두가 10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바쳐 지금의 에이프릴을 만들었다. 소음들은 있었지만 잘 견뎌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왜곡된 주장으로 이 팀이 ‘왕따 그룹’이라는 오명을 쓴 채 불명예스럽게 사라지는 걸 멤버 모두 원하지 않는다. 멤버 중에는 이현주의 불성실함과 거짓말 때문에 고통받았고 죽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어한 멤버도 있었다.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제는 멤버 모두 최선을 다해 해명할 것이고, 해소가 될 때까지 모든 일을 대중에게 자세히 설명해 나갈 생각이다.

앞서 이현주의 왕따 피해를 주장한 남동생과 동창생에게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불송치 결정은 글 게시자의 내용이 거짓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 게시물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재수사를 요청할 것이며 더 깊이 있는 수사를 통해 진실이 꼭 밝혀지길 바란다.

▶인터뷰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멤버들의 스티커 사진 촬영 시점에 대해 정정합니다. 기계 오류로 인해 사진에는 2015년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2016년 2월 촬영한 것임을 알립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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