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과잉긴축 하고 싶지 않다”…11월 ‘비둘기’ 회의록 재확인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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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01. 오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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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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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킹스 연구소와의 대담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서울경제]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생각과 달리 매파적이지 않았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뒤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4.4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3.09%, 2.18% 뛰었는데요.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시장 관리를 위해 매파적으로 나올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는데요. 매파적 모습은 찾기 어려웠고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수준의 발언을 재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급락해 연 3.60%선까지 내려왔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물도 4.32%까지 급락했는데요.

시장도 깜짝 놀랐습니다. 대담이 시작한 오후1시30분부터 증시가 오르더니 오후2시27분께 행사가 끝난 이후 상승폭을 더 키웠죠.

‘3분 월스트리트’도 파월이 매파적일 수 있다고 전해드렸지만 이에 앞서 지난 23일 11월 FOMC 의사록에 대해 ‘비둘기 연준, 경제 하방에 무게’라고 했습니다. 28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2024년 금리인하 발언 이후에는 반대쪽 문이 열렸으니 파월이 이번에 매파적으로 나오더라도 12월 FOMC와 함께 큰 그림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럴 시기가 좀 더 빨리 왔는데요.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함께 이날 나온 주요 경제지표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파월,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데이터 크게 튀는 일 없다면 최종금리 5.25% 수준”


이날 나온 파월의 발언에서 알아야 할 7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있을 수도 있다”→해석: 12월에 금리인상폭을 사실상 0.5%포인트(p)로 낮출 것임을 시사

② “과잉긴축 하고 싶지 않아. 경제활동 장기 트렌드 밑으로 느려졌고 공급 병목현상 완화. 최종금리 9월 전망 때보다 어느 정도(somewhat) 높을 것”→해석: 9월 예측치인 4.6%보다 약간 더 올라가는 수준으로 5%대 초반에서 최종금리 결정될 가능성

③ “몇 가지 긍정적 소식에도 가격 안정 위해 갈 길 멀어. 실질적인 증거 더 필요.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 유지. 금리 리스크 관리는 천천히 가는 것과 높은 수준에서 오래 가는 것 있어”→해석: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더 올릴 필요는 있음. 하지만 최종금리(5%대 초반) 도달 후 상당 기간 동안 금리를 더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하려고 함

④ “근원 인플레이션 볼 때 상품과 주택 서비스, 서비스 보는 것이 유용. 상품은 하락했고 서비스는 변동성 탓에 트렌드가 불명확, 주택 서비스는 내년까지 오를 수 있으나 신규 렌트비 떨어지고 있고 내년까지 이어지면 내년 말에는 전체 주택 서비스 물가 하락가능”→해석: 렌트비 같은 주택서비스 물가 내년 후반기께 떨어지면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큰 폭 조정 가능

⑤ “금리를 더 올리고 고금리 오래 유지하면 연착륙 확률 하락. 그럼에도 아직 연착륙의 길 있다고 믿어”→해석: 긴축 누적에 따라 연착륙 가능성 크게 떨어지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⑥ “실업자 한 명당 구인 건수 1.7명 긍정적. 하지만 임금 상승률 인플레이션 타깃(2%) 크게 웃돌아. 지속 가능하려면 2% 돼야”→해석: 임금인상발 인플레이션 우려 여전.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둔화 통해 임금상승폭 2% 수준으로 줄여야

⑦ “금융시장 긴축을 따질 때 미 국채금리, 실질금리, 신용 스프레드, 자산가격, 환율 등 참고”→해석: 금융시장 긴축여부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는지와 함께 기업들의 차입금리, 증시와 환율 등 전반적인 부분을 두루 고려

실업자당 구인건수


이날 파월 의장은 “12월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미 시장이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FOMC를 보름가량 남겨 둔 상황에서 이를 더 확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쐐기를 박는 거죠.

특히 이날 파월은 “과잉긴축을 하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는데요.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눈에 확 띄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고 싶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공급망 병목 현상과 상품 인플레가 완화했다는 언급도 했는데요. 이런 발언들에 증시가 환호했죠.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오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 의 생각하고 똑같이 얘기한 것이다. 월가에서는 더 매파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정책금리의 상방 리스크가 굉장히 많이 줄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데이터만 엉뚱하게 안 나오면 웬만해서는 최종금리가 5.00~5.25% 수준 그 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되레 인플레 개선속도가 빠르면 더 이른 피벗(Pivot·금리인하)도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12월 0.5%p에 이어 내년 2월과 3월, 5월 0.25%p씩 3번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걸로 봅니다.

금리선물 시장도 비슷한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후6시30분 현재 내년 5월 기준금리 전망치가 5.00~5.25%(38.6%) 확률이 1위입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4.75~5.00%가 더 많았지만 5.00~5.25%로 다시 바뀌었죠.

최종금리에 도달하면 당분간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요. 파월도 “물가안정을 위해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죠.

이날 파월 의장은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위험과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언급하면서도 자신의 마지노선은 ‘5%대 초반 기준금리+그 수준유지’라는 점을 보여줬는데요. 전반적인 뉘앙스와 톤도 완화적인 색채, 굳이 나누자면 비둘기파적 모습이 보였습니다.

“美, 실업자 한 명당 구인건수 1.9명→1.7명”…“3분기 GDP 잠정치 0.3%p 상승 GDI와의 평균은 1.6%”


이날 나온 경제지표를 보면 파월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우선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11월 민간고용이 12만7000개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월가 예상이 19만 개였으니까 33.1%나 적은 수치인데요. 넬라 리차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환점(turning point)을 찾기는 어렵지만 연준의 긴축이 긴축이 일자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은데요. 제조업 일자리가 8만6000개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21만3000개 증가했습니다. 특히 레저와 접객은 22만4000개나 불어났는데요. 민간고용의 둔화 움직임 속에서도 서비스가 탄탄하다는 점은 이는 서비스 물가와 임금상승이 견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 급여도 1년 전에 비해 7.6% 올랐는데요. 10월(7.7%)보다 약간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죠.

ADP 민간고용보다 훨씬 중요한 11월 고용보고서의 경우 이날 낮12시 현재 블룸버그통신 집계기준 20만 개 증가로 나옵니다. 10월이 26만1000개임을 고려하면 예상치대로 나온다면 둔화의 모습이 뚜렷해질 수 있지요. 하지만 실제 숫자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죠.

현재로서는 실업률이 3.7%로 전월 대비 개선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제시한 내년 4.5~5.0% 실업률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데요.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월비 0.3%, 전년비 4.6%로 각각 0.1%포인트(p)씩 좋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파월 의장의 말처럼 2% 수준까지는 한참 남았죠.

이날 나온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도 고용시장 균열의 징조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데요. 10월 구인건수가 1030만 건으로 9월보다 35만3000개 감소했습니다. 올 들어 지난 3월 1185만5000개로 정점을 찍은 구인건수는 이후 계속 하락 추세인데요.

미국 실질 GDP 추이


이 경우에도 사람이 모자란 상황은 여전합니다. 파월도 인정했듯 실업자 한 명당 구인건수가 1.9명에서 10월에 1.7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이것이 긍정적이지만 노동력이 상당히 부족한 것은 그대로인데요. 구인건수만 여전히 1000만 건 이상입니다.

이는 감소하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지하게 합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에 일자리와 퇴사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실업자 1명당 1.7개의 일자리가 있고 이는 피크였던 3월의 2.0개에서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노동시장이 2%(연준의 목표) 혹은 3%의 인플레이션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는데요.

속보치보다 좋아진 3분기 GDP는 의견이 갈립니다. 미국의 3분기 GDP가 연환산 기준 전분기 대비 2.6%에서 2.9%로 0.3%p 올라갔습니다. 딱 보면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죠. 미국 경제의 핵심 축인 개인소비 증가율만해도 속보치 대비 0.3%p 높아진 1.7%를 기록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번 추수감사절 주간의 소비가 8% 늘어났으니 4분기도 소비가 버텨줄 가능성이 있죠. 아마존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은 채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 먼데이까지의 매출이 사상 최대치라고 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의 연준 담당 스티브 리스만 선임 기자는 “미국 경제가 아마(maybe)도 침체 없이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는데요. 파월의 연착륙 자신감의 한 배경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3분기 GDP가 경기둔화를 보여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경기침체를 판단할 때 보는 지표 중 하나인 GDP와 국내총소득(GDI)의 평균도 1.6%로 3분기 GDP보다 꽤 낮죠. 둘의 평균이 1분기(-0.4%), 2분기(-0.7%)였기 때문에 3분기까지 더하면 GDP 장기 트렌드 아래인데요. 퍼먼 교수는 “GDP와 GDI의 평균의 가치를 믿고, 인플레이션을 위해 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3분기 GDP 수치는 약간 안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GDP와 미국 경기는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는 4분기 4.3% 성장을 점치고 있지만 CNBC는 2%, 골드만삭스는 1.5%, IHS마킷은 0.8%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3분기 세전 기업이익이 전기 대비 -1.1%로 2020년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죠. 소비 역시 내년 초가 진정한 관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3분기 GDP는 뒤섞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파월 연설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끝났으니 내일(1일) 있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2일의 고용보고서를 기다려야겠습니다.

*30일 거의 완료된 기사가 프로그램 오류로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급히 재작성하느라 향후 증시 전망을 추가하지 못했고 완성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섬머타임 종료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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