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된 호주령 '허드 맥도널드 제도'(Heard and McDonald Islands)는 남극대륙에서 약 1700㎞ 떨어진 인도양에 자리 잡은 화산섬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이 제도에는 많은 물개와 펭귄, 여러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지만 사람은 살지 않는다. 하지만 호주와 마찬가지로 10% 관세를 부과받았다.
인구가 1000명도 되지 않는 섬나라에도 관세 공세가 뻗쳤다. 인도양 동부에 있는 호주령 '코코스(킬링) 제도'에도 관세 10%가 부과됐다. 산호초로 이뤄진 환초섬인 이 제도는 총면적이 서울 동대문구와 비슷한 14㎢이며 주민은 600여명뿐이다.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쿡 제도에도 같은 관세가 매겨졌다. 쿡 제도 인구는 올해 기준 1만3300여명이며 마오리족이 전체 인구의 80% 정도다. 주로 관광업으로 먹고살며 코코넛, 참치 등 농수산물을 소규모 수출한다.
이 밖에도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섬나라 키리바시, 아프리카 동남부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마요트섬,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 등 10% 관세가 부과됐다.
인구 3200명과 펭귄 약 100만 마리가 사는 '포클랜드 제도'는 고관세 폭탄을 맞았다. 영국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영국과 별도로 이 지역에는 41% 관세가 부과됐다. 이곳을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하는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이번 상호관세에서 10%만 부과됐다. 포클랜드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22년 기준 세계 수출 규모 178위이며 수출액은 3억8200만달러(약 5603억원)에 불과했다. 어업과 목축업이 국내총생산(GDP)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아세안 전문 연구기관인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시와게 다르마 네가라 수석연구원은 가디언에 "미 정부는 동남아 국가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수출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표적은 중국이지만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투자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미국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