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성폭행 관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여당 대변인이 피해자를 향해 “왜 문재인 정부 때는 참고 계셨느냐”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기흥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6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유튜브의 시사 프로그램 ‘성지영의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는 문재인 정부가 5년이나 있었는데 (피해자가) 그때는 왜 참고 계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신고 시점과 사건 발생 시점 간 차이가 크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나선 것이다.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임하던 2015년 11월 서울 모처에서 자신의 비서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준강간치상)를 받고 있다. 준강간치상은 피해자의 항거 불능 등 상태를 이용해 추행하는 범죄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추가 증거가 발견될 경우 공소시효 10년이 추가된다.
김 대변인은 “이분의 진술이 일관된다면 재판부에서 장 전 의원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이분이 10년 동안 계속 (조용히 있다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방송(KBS) 기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 대변인실 행정관과 부대변인 등을 지냈다.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후보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지난 1월부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의 뒤늦은 고소는 가해자의 권력, 직장 내 위계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앞선 ‘미투 운동’ 피해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앞서 장 전 의원도 경찰 수사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고소인이 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점은 9년4개월 전인 2015년 11월이라고 한다”며 “무려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을 거론하면서 이와 같은 고소를 갑작스럽게 제기한 데는 어떠한 특별한 음모와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입장을 냈다가 ‘피해자를 겁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성폭력 피해자는 ‘어떠한 음모’에 동원되는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당한 부정의한 일에 분노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한 사람의 존엄한 인간”이라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경찰 조사와 사법 절차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끄러운 발언’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이런 게 2차 가해”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당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