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접 결재 뒤 “수고했다” 격려해놓고 ‘부지사가 몰래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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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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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조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북한에 쌀 10만t을 추가 지원하는 경기도 공문에 결재해 놓고 “이 전 부지사가 나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라며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신이 추진했던 불법 대북 사업이 드러나자 그 책임을 측근에게 떠넘기고 스스로 결재한 서류조차 잘 모른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 전 부지사를 대북 사업의 책임자로 직접 영입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수행에서 이 대표가 배제되자 독자 방북을 추진했다고 이 전 부지사는 밝혔다. 당시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의 요청도 있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그 해 10월 두 차례 방북해 대북 사업과 이 대표 방북을 논의했다. 이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사업 합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표 방북 일정도 북과 논의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관련 기사를 수차례 공유하면서 “이 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경기도가 함께합니다”라고 했다.

경기도는 2019년 5월 북한 김영철에게 대북 사업을 함께하자는 내용의 이 대표 명의 공문을 보냈다. 이 대표가 “육로로 평양에 가겠다”고 하자 북측은 “그러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다른 경로를 찾자”고 했다. 이후 북측은 김성태 쌍방울 회장에게 이 대표 방북 대가를 요구했고 김 회장은 300만달러를 불법 송금했다.

김성태 회장과 쌍방울 임직원들은 모두 불법 대북 송금을 인정했고 북에서 받은 영수증까지 제출했다. 이에 관여한 대북단체 대표도 혐의를 시인했고 법원의 유죄 판결도 나왔다. 버티던 이화영 전 부지사도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몰랐다며 부인하다가 이제는 ‘이화영이 나 몰래 했다’는 말까지 한다.

이 대표가 이럴 수 있는 것은 이화영씨가 혼자 뒤집어쓰기로 했다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화영씨 부인이 법정에서 남편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고, 변호인이 돌연 교체되고,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하는 해괴한 일들은 모두 이 과정에서 벌어졌다. 결국 이 전 부지사는 자기 진술을 다시 번복했다. 그 전모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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