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이라 일 안해' 직원 글 논란
돈만 좇는 탐욕적 기업문화 도마
당장 온라인이 들끓었다.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곤 오로지 내 이익만 좇는 MZ 세대의 무너진 직업윤리인가, 아니면 성과 보상에 유난히 예민한 판교 문화인가 잠시 헷갈렸다. 하지만 네이버 직원이 블라인드에 이 논리를 반박하는 등 IT 업계 내부에서조차 즉각 비판이 나오는 걸 보고 세대나 업계 문제가 아닌 카카오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먹통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언급한 플랫폼 독점 문제나 이미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골목상권 침해 불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63개에 불과했던 계열사를 187개(6월 기준)까지 늘린 문어발 확장 논란, 경영진 배 채우기 위한 무리한 쪼개기 상장 등 카카오가 국민들로부터 악덕 기업이라는 미운털이 박히게 된 일련의 일탈이 단순히 오너나 일부 경영진의 탐욕 탓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카카오택시 등 카카오 계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혁신은커녕 불편하기 짝이 없는 황당한 경험을 할 때마다 이 회사가 이렇게 초심을 잃고 돈만 좇다간 오래가지 못할 텐데, 싶은 불안감이 들곤 했다. 이번 사태를 겪고 보니 괜한 기우가 아니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매출은 똑같이 6조 원대인 네이버가 지난해 정보보호에 350억원을 투자할 때 카카오는 140억원밖에 쓰지 않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두 회사가 똑같이 쓰는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는데 한 곳은 멀쩡하고 다른 하나는 초토화된 것만 봐도 카카오가 그동안 얼마나 탐욕스럽게 돈만 좇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창업자인 김범수 센터장(전 이사회 의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출석한다.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또 거짓 약속으로 잠시 상황을 모면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갈 거라 믿고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구성원들이 이번에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하고 계속 알빠노와 누칼협 정신을 이어간다면 카카오는 결국 돈만 좇다 돈을 전부 쫓아버리는 결과를 맞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이미 그 전조를 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