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리도차제의 가르침은 아직도 티벳의 많은 수행자들이 항상 그 교본을 가지고 다니면서 각 수행과제를 관상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달라이라마와 여러 스승들로부터 구전과 법문을 듣고 수행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가르침이다.
따라서 티벳에서는 쫑카빠 대사의 『대보리도차제』 이후 수많은 논서들이 저술되었으며, 롭상예쎼의 이 책은 『대보리도차제』의 핵심을 잘 간추리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역자는 그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쫑카빠 대사의 『대보리도차제』는 내용이 매우 상세하며 상당한 분량의 경론에서 인용한 문장과 논리적인 여러 증거들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야, 중관, 인명, 비나야, 아비달마, 즉 오부대경론을 폭넓게 배운 이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보리도차제의 마르티 일체지로 나아가는 지름길』은 『대보리도차제』 전체의 핵심적인 내용이 다 응축되어 있으면서도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장이 간결하여 이해하기 쉬우며 현장학습처럼 당면한 자리에서 가르침의 핵심을 바로 지시해 보이는 ‘마르티’의 전수방식으로 해설되어 있어, 기억하기 쉽고 초학자들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목에도 담겨 있는 “마르티” 방식이 이 책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데, 이는 단어나 문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학습과 같이 그 자리에서 긴요한 가르침의 핵심을 바로 지시해 보이는 방법이다. 마치 의사가 제자에게 말이나 글이 아닌, 시체를 해부하여 오장육부와 혈관 등의 상태와 형성과정, 관계 등을 직접 보여 주면서 가르치는 것과 같은 방법을 말한다.
2.
‘보리菩提’란 보통 ‘깨달음’을 가리키는데, 보리도차제에서 말하는 보리는 대승의 깨달음, 즉 부처님의 공덕으로서의 완전한 깨달음을 가리킨다.
‘도차제道次第’란 도를 성취함에 있어 순서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여기서 순서는 한 수행자가 부처님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사도三士道, 즉 하사도下士道, 중사도中士道, 상사도上士道 각각의 세부적인 수행과제를 차례대로 실천 수행해 가야 함을 말한다.
한편, 보리도차제의 핵심 가르침은 염리심厭離心, 보리심菩提心, ‘공성空性을 요해하는 지혜’[정견]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이기도 하다. 염리심은 윤회를 고통 그 자체로 알고 윤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며, 보리심은 발심이라고도 하여 ‘마음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이며, ‘공성을 요해하는 지혜’는 일체법이 자성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요해하는 지혜를 말한다.
결국 염리심이 없이는 해탈을 증득하지 못하며, 이타적 발원, 대연민심이 없이는 보리심을 일으키지 못한다. 즉 염리심은 대연민심이 일어나는 토대이며, 이타적 발원, 대연민심은 보리심이 일어나는 토대라 할 수 있다. 공성을 요해하는 지혜는 번뇌장과 소지장을 끊는 대치이며, 공성을 직관적으로, 남김없이 철저하게 꿰뚫어 알기 위해서는 사마타(止)와 위빠사나(觀)가 필요하다.
이렇듯 이 세 가지 도야말로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해탈과 부처님의 경지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실천 수행해야 할 수행과제이자 방편인 것이다.
3.
부처님의 말씀(가르침)은 팔만사천 대장경으로 전한다. 경전 전체를 다 공부하고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경전의 요지, 즉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체적이고 본질적인 의미와 수행의 방편 등이 정리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보리도차제의 가르침이라 하겠다.
제5대 뻰첸라마 롭상예쎄의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보리도차제의 핵심이 응축되어 있으면서도 이를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불교에 입문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그 결실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보배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