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 분신”이라던 측근의 대선 자금 수수, 李 대표가 모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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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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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대선 때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대선 경선 자금 등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김씨가 받은 대선 경선 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대선 전에 이 대표를 도왔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로 시작된 것이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 대표는 “야당 탄압”이라고 했고 김씨는 “창작 소설”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대부분 인정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짜깁기 수사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유죄판결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있던 2021년 김용씨로부터 자금 지원을 요구받은 유씨는 이를 대장동 일당인 남욱씨에게 전달했다. 남씨가 마련한 자금이 다른 대장동 일당과 유씨를 거쳐 김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였다. 관련 인물 여러 명이 이를 다 인정했고, ‘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던 사람이 자금 전달 시기와 액수를 적어 놓은 자필 메모도 나왔다. 복수의 증언과 물증이 모두 일치하는데 검찰이 무슨 재주로 이걸 다 짜 맞출 수 있겠나. 재판부도 “구체적 진술과 객관적 자료로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는 징역 5년, 남욱 변호사는 징역 8개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23.11.30/뉴스1

이제 관심은 이 대표가 경선 자금 수수를 몰랐느냐에 쏠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이 대표가 직접 자기 ‘측근’이라고 밝힌 사람이다. “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됐다. 이런 사람이 이 대표 몰래 거액의 경선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 없다”면서 여전히 조작이라고 한다.

이 수사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과 연결될 수도 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주기로 약속한 금액을 428억원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이와 관련해 “김용씨가 이 대표 경선 자금으로 요구했던 돈은 428억원 중 일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장동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이를 부인하면서 수사가 더 진척되지 않고 있다. 법원이 이번에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만큼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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