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식품업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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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1.14. 오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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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제과·빙과·김치·장류 등
K푸드 인기에 3분기 매출 급증
고물가發 내수 부진 만회했지만
가격인하 압박 부메랑될까 우려

[서울경제]

식품업계가 14일 일제히 실적 축포를 쐈다. 호실적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해외 판매 호조다. 지난 해부터 국내 시장 영업 환경이 원재료 및 인건비,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악화하자 관련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 더 공을 들였고, 그 효과가 올해부터 가시화하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표를 손에 들고도 관련업체들은 기뻐하지는 못하고 있다. 호실적이 제품 가격 인하 압박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과업체 오리온(271560)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매출은 7663억원으로 3.4% 늘었다. 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중국 법인 매출액은 3296억원으로 1.8% 줄었지만, 젤리와 파이 등이 고성장하며 영업이익은 727억원으로 22.0%가 늘었다. 베트남 법인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176억원, 219억원으로 4.0%, 4.6%씩 증가했다.

오리온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빙그레(005180)는 해외 아이스크림 매출이 크게 늘며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54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4342억원으로 11.2% 늘었다. 이 중 해외 사업 부문 영업이 20% 이상 늘었는데, 메로나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기타 품목 수출액이 602억원으로 57.7%를 차지했다.

라면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라면 제조사들도 호실적을 냈다. 농심(004370)은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557억원, 8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9%, 5.3%가 상승했다. 농심은 신라면과 짜파구리를 내세워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삼양식품(003230)은 매출액 3352억 원(58.5%), 영업이익 434억원(124.7%)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해외사업 매출이 78.3% 증가했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7.6% 증가했고, 매출은 9087억원으로 10.6% 늘었다. 오뚜기는 한 단계 성장을 위해 미국과 베트남을 전략거점으로 낙점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대상(001680)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102억원으로 12.4%가 감소했지만 소재 부문 부진의 영향이었고, 국내외 시장에서 조미료, 장류, 소스류 등 주요 품목 매출은 상승했다.

헌편으로는 이처럼 ‘눈에 띄는’ 호실적이 식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그간 식품업체들은 실적 악화 우려 때문에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더 이상 이같은 입장을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올 들어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전기요금 상승 등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가격을 다시 내리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농심·SPC 등이 지난 7월 주요 제품 가격을 내렸던 게 대표적 사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식품 가격은 한번 오르면 내려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원부자재비 변동에 따라 가격 내리는 등 유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기조 속에 식품업계가 최근 4~5년 간 글로벌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왔고, 해외 시장 덕에 호실적을 낸 것”이라며 “내수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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