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징계를 둘러싼 여론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 대표의 당원권을 반 년간 정지하는 사상 초유의 처분에 대해, 과반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다. 코너에 몰린 이 대표가 2030세대 팬덤을 등에 업고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당 안팎의 우려는 다소 옅어진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9~10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리위의 징계가 적절했다’는 응답은 51.5%였다.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51.9%)과 20대(48%)·30대(49.8%) 응답자들도 절반가량이 이 대표 징계에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날 공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징계가 ‘적절하다’(33.2%)거나 ‘(현 징계가) 미흡하다’(27.5%)는 의견은 절반을 넘었다(60.7%). 성별로는 남성 응답자의 56.8%가,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 응답자의 각각 49.7%, 65.2%가 같은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응답자의 53.4%가 이 대표의 현 징계에 대해 적절하거나 미흡하다고 답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강윤 KSOI 소장은 “새 정치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이 대표가, 기존 정치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성 비위에 휩싸이면서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이런 여론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에게서도 확인된 것이 최근 여론조사 추세”라고 말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청년들의 지지세를 지렛대 삼아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징계 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문제를) 20일이면 해결할 자신이 있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징계를 받은 직후인 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을 유도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호응하듯, 이 대표의 지지자가 밀집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원 가입했다”는 취지의 인증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윤리위 결정에 동의하는 여론이 과반이라는 흐름이 이어지며 이 대표 팬덤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친이준석 인사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 대표를 지지하는 비율이 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여론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런 흐름이면 이 대표가 여론에 기대서 가처분 신청 등으로 당과 전면전을 펼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썬 이 대표가 징계 처분을 되돌리려면 윤리위에 재심 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당과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여론의 힘을 받지 못했을 경우 떠안을 정치적 리스크도 만만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일 새벽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 후 즉각 불복할 뜻을 시사했던 이 대표는 닷새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 대표가 12일 현재 서울에서 머물고 있다”며 “아직 윤리위 처분 직후이기 때문에 호흡을 고르면서 차분히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최근 접촉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리위원회 당일(7일) ‘끝나고 바람 좀 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와 연락을 취할 계획이 있냐는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잠행하는 동안 당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중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 징계 당일인 8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데 이어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확정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상태를 당헌·당규상 ‘궐위’가 아닌 ‘사고’로 해석해 6개월간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간이 끝나는 12월 이후에도 반년 가량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