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일주일 만에 46.6원 폭등… ‘1弗=1400원’ 초읽기 [한국경제 '비상등']

입력
수정2022.09.09. 오후 3:26
기사원문
이도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6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 경신

초유의 킹달러에 유로·위안화 약세
달러인덱스 20년 만에 110선 넘어서
亞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변동률
日엔화 이어 韓원화 두번째로 하락
“원화, 위안화 대체재役… 약세 압력 ↑”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 만에 50원 가까이 폭등하며 1400원에 다가섰다. ‘1차 저지선’이었던 1300원이 돌파된 지 두 달만이다.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단 2차례(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밖에 없었던 ‘1달러=1400원’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시장에 팽배하다. 유례없는 달러화 강세와 유로화·위안화 약세가 겹쳤고, 중국과 달리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어 원화가치 급락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7일 오후 2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긴급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최근 원화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르게 약세를 나타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계속 상승하며 1380원대에서 움직였다. 이날 마감 환율 1384.2원은 일주일 전인 8월31일 종가(1337.6원)에 비해 46.6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에서 움직인 것 자체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4월 이후 13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상승속도는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환율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는데 이날에는 장중기준 1388.3원을 기록하며 1390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당초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은 1400원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연일 가파른 상승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깨뜨렸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가 뚜렷한 것이 원화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년 만에 110선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 경기가 둔화됐고,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달러 환율을 0.09% 절하 고시했다.
올해 8월 말까지 아시아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변동률에서 한국 원화(-13.7%)는 일본 엔화(-20.6%)에 이어 두번째로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정책을 고수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화가치 하락폭이 더 큰 셈이다. 김 연구원은 “위안화는 고시환율 제도인 데다 개방도가 한국에 비해 덜해 위안화 약세압력이 한국 원화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대체 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추가적 약세 압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8월 말 기준 위안화의 달러가치 대비 변동률은 -3.9%다.

경제규모상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지표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환율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통화에서 “금융시장 상관관계를 보면 한국은 신흥국과 같이 움직이는데 지금은 신흥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하락폭이 크다”고 말했다.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한국은행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무역의 기초체력이 안 좋아지면 원화는 약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