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사기꾼' 체코 언론에는 즉각 삭제 요청해놓고... 왜 잣대 다른가"

입력
기사원문
김도균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재강 의원 "근거없는 보도로 국격훼손, 외교부 왜 가만있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 남소연

"윤석열의 불법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독일 방송에 대해서 외교부는 '타국 공영방송의 보도 내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답변을 했다. 이게 외교부 공식 답변이다. 김건희한테 사기꾼이라 했다고 체코 언론에는 즉각 (기사) 삭제 요청을 해놓고 이 건에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인가? 왜 잣대가 달라졌나?"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건 영부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고, 이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공영방송의 보도니 내용이 다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1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근 독일 공영방송이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와 관련해 '부정선거론'과 '중국인 개입설' 등 일방적 입장을 반영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려 했던 것에 대해 재외공관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독일 양대 공영방송인 ARD와 ZDF가 공동운영하는 TV채널 피닉스는 지난 2월 25일 <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라는 제목의 28분 분량 다큐멘터리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전광훈 목사와 극우 유튜버 등 탄핵 반대 세력의 주장이 부각돼 논란이 일었다.

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미국, 중국, 북한의 권력 다툼 관점에서 묘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논란이 되자 다큐멘터리는 방영되지 않았고, 방송사 누리집에서도 삭제됐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다큐멘터리를 거론하면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향해 "대한민국 야당에 대해 친중국·친북한 사법 카르텔이라는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외교부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이렇게 사실과 다른 타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 삭제 정정 보도 요청을 하는 것은 외교부의 업무냐, 아니냐"고 추궁했다. 조 장관은 "해당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를) 이미 삭제하고 내렸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지난 2024년 9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체코 순방 당시 현지 일간지 <블레스크>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을 보도하면서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쓰자 주체코 한국대사관이 즉각 정정 보도를 요청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시 외교부가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사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은 재외 공관 업무 중에 하나라고 했다"면서 "왜 이번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느냐"고 추궁했다.

조 장관이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성 보도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보도는 다르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이 의원은 "공직자도 아닌 일개 개인에 대한 기사는 삭제 요청을 하고, 국격을 훼손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임상범 주독일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안보 전략비서관이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면서 "독일에서 이 영상이 제작된 것에 대해 독일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다큐멘터리) 내용을 보면 아주 황당하다"면서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윤석열 지지로 돌아섰고 지금 국회를 구성한 총선은 부정 선거 가능성이 높고 야당과 탄핵 찬성자들이 중국과 북한의 영향 하에 있다 이런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후 항의·삭제 조치가 늦었다면서 외교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던 상황도 다시 소환했다. 권 의원은 "당시 프랑스 AFP 통신은 '대파의 외침 보잘 것 없는 야채가 한국 선거를 휘저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 AP, AFP, 미국 ABC 등등에 다 나왔다"면서 "이런 게 (외교부가) 대응할 내용이었느냐"고 추궁했다.

조 장관이 "사기꾼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인신 공격성 보도가 분명하지 않느냐, 어떻게 그런 걸 내버려 두겠느냐"고 사안이 서로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그러면 대파는요?"라고 반문했고, 조 장관은 "대파는 대파죠"라고 답변했다. 배석한 외교부 관계자들은 웃음을 억지로 참았고, 권 의원도 미소 지었다.

한편, 이날 외교통일위원회는 '북한 비핵화' 등이 명시된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에는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기반이자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환영하고 통상·인공지능(AI)·원자력·조선 등 모든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정책 등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이를 적극 뒷받침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