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탈북한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이 북한 내부 상황을 전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계자로 딸 김주애 양이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한 리일규(52) 참사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로 들어왔다. 리 참사는 북한 외무성의 대표적인 남미통으로 알려졌다. 쿠바에서 두 차례 근무한 이력도 있다. 그는 직무 평가 등으로 북한 외무성 본부와 갈등을 겪다가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의 탈북이 확인된 건 2019년 7월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같은 해 9월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 이후 처음이다.
특히 리 참사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북한의 후계자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절대 권위, 절대 숭배를 받으려면 신비함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노출시킬 대로 다 시키면 무슨 신비함이 있고 숭배감이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이 지난 2022년 11월 매체를 통해 주애를 처음 공개했지만 김 총비서가 주애를 데리고 다닌 것은 이보다 한참 전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평양에서 제2자연과학원 아파트에 살았는데 주민 80% 이상이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종사하던 사람들"이라며 "그들에 따르면 주애가 잘 걷지도 못했던 꼬마 때부터 김정은이 기분이 좋으면 '내가 공주를 보여주겠다'면서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주애를 처음 공개했을 때는 신기했는데 열병식 같은 공식 국가 행사까지 데리고 다니니 거부감이 점차 들었다"면서 "내가 한평생 저 사람들의 발밑에서 온갖 수모를 받았는데 이제 내 자식이 또 저 어린 것 앞에 굽신거리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적잖은 북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엘리트층에서 김주애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주애는 2022년 11월 북한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 처음 공개자리에 등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과 함께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하며 후계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식 및 항공륙전병 훈련, 지난달 23일 평양 북쪽에 건설된 '전위거리' 완공 현장 등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리 참사는 김 위원장을 만났을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마주 앉아 보면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가까이서 보면 '혈압이 굉장히 높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면서 "항시 얼굴이 술 마신 것처럼 얼마나 새빨간지 모른다. 화면에 나오는 것보다 더 붉다. 인디언 같다"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당선돼 남한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도 전했다. 그는 "그때 김정은이 김평해 당 간부부장 겸 담당 비서에게 우리도 여자를 대대적으로 써야 이제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가 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