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감사 결과가 나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애초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6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며 감사를 거부했다. 일주일 뒤 여론에 떠밀려 “특혜채용 의혹만 감사를 받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막상 감사가 시작되자 선관위 실무자들은 “중앙선관위가 여론에 굴복했을 뿐, 우린 감사 대상이 아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거세게 감사에 저항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감사가 수사의뢰 발표까지 9개월이나 걸렸던 이유다.
현장에 나간 감사관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채용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선 인적 사항 확보가 필수적인데, 선관위에선 채용 관련자의 인적 사항을 검은색 펜으로 지운 복사본 서류를 감사관에게 제출했다. 통상 자료를 요구하면 “윗선 결재를 받아야 한다”며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컴퓨터 포렌식도 거부하며 최종 협의까지 3주 가까이 감사가 지체되는 경우가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3급 이상 고위직 운영 관련 자료는 끝내 제출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를 받은 선관위 전직 최고위직들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선관위 직원들이 세자로 부른 아들을 뒀던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직원들이 알아서 잘 보이려 했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아들의 선관위 경력 채용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김 전 총장의 아들 김모씨의 선관위 경력 채용 면접관이었던 한 선관위 직원은 김씨에게 면접점수 만점을 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김씨 결혼식에서 축의금 접수를 맡았다. 김 전 사무총장은 2022년 12월 경찰 조사에서 채용 비리 관련 무혐의를 받았지만, 감사원은 “추가 혐의가 발견됐다”며 다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선관위는 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선관위 직원들의 증거인멸 기회로 활용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자체 감사를 받았던 직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면접 조작 파일을 변조하거나 파기하고, 부하 직원과 말을 맞추기도 했다. 선관위는 감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현행법상 선관위 역시 감사대상으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재의 결론은 이르면 올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