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때 도로 시위 금지 立法 타당성[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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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심야집회를 허용하는 판결을 했다. 지난 5월, 법원이 민노총 건설노조의 야간행진을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야간집회까지 허용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회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가치에 부합하는 합당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집회의 자유가 우리 헌법상 최상의 가치인지는 검토해 봐야 한다. 헌법 제10조에서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도 국가에 부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와 시위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법 제도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대통령실에 보고된 제3차 국민참여토론 결과에서도 참여자 18만2704명 가운데 71%가 국민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집회·시위는 제한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이는 국가가 법 제도를 통해 국민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번에 민노총이 1박2일 노숙 농성을 하더라도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인되지 않았고,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는 집회·시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집회를 허용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숙 집회를 허가받은 민노총은 집회 허용 시간 이전인 20일 낮 12시부터 의사당대로 편도 4차로 중 3개 차로를 막고 무대 설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이날 노숙 집회를 날씨 등의 이유로 취소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는 집회·시위가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경찰이 입증하지 못하는 한 어디에서든 노숙집회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노조가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을 볼모로 잡고 의도적으로 집회·시위를 해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평온, 건강권 등을 보장하고 공공질서 유지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심야 시간대의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국무총리실과 경찰청이 21일 발표한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이 그것이다.

현행법상 노숙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와 제10조를 들 수 있다. 제5조는 금지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에서는 시위의 금지 시간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 야간시위를 제한할 필요성은 크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10조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제10조의 경우에는 문구를 개정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즉,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문구 대신에 ‘출퇴근 시간에 주요 도로를 점거’로 대체하고 이에 해당하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이 대체 규정을 제5조 제1항 3호에 신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법률의 규정을 너무 구체적으로 만드는 경우 법을 적용할 때 유연성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명확성의 원칙에는 부합하는 만큼 법 적용상의 혼란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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