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에 여학생 안 가는 까닭은 … "여자대학, 존재의 이유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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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09.04. 오후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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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희 기자 ] 지난해 사법고시 합격자 5명 중 2명(40.2%), 외무고시 합격자 5명 중 3명(59.5%)은 여성이었다. 2000년과 비교해 2~3배씩 늘었다. 갈수록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여자대학들은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하위 15%) 선정 결과는 여대의 위기가 가시화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덕성여대 등 3곳이 ‘잠정 지정 명단’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서울 소재 여대 2곳은 추가로 정원을 감축해 최종 발표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평가 자체가 여대에 불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8개 평가지표 가운데 비중(15%)이 높은 취업률에서 여대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 단과대가 적고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예술계 단과대가 몰려있는 여대가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여대라고 해서 특별히 취업률 평가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취업률 지표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해 상대평가 하고 있고, 계열별 취업률을 분리해 평가하면서 인문계와 예체능계는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여대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장 큰 원인은 수험생들의 선호도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딸을 둔 학부모들의 여대 선호가 줄어들었다. 수험생들 역시 같은 성적이면 남녀공학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여대 관계자는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다. 여대에 입학한 뒤 남녀공학으로 가려고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당장 수치로 나타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여대의 입학 성적도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대의 선호도 하락 현상은 정체성 문제와 직결된다. 여대는 여성이 교육받기 어렵던 시절 여성교육을 책임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점차 여권신장이 이뤄지면서 근본적 설립 취지가 희석됐다. 굳이 여대에 가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여대에 대한 인식이 '여자들을 위한 대학'이라기보다 '여자들이 모인 대학' 정도로 하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하나고 고명찬 교사는 "여학생 상당수가 여대는 다양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남녀공학으로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그는 "동성끼리만 대학생활을 하는 게 싫어 여대를 기피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대들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다만 아직 완전한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맞춤형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게 여대들의 변(辯)이다.

조윤옥 덕성여대 기획처장은 "예전에는 부모들이 여대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남녀공학을 선호한다. 취업 문제나 동문 관계 같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며 "사회 변화에 맞춰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일지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도 "1970~1980년대에 비하면 여대 선호도가 떨어진 게 사실" 이라며 "예전 평판도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경희 신임 총장 취임과 함께 '혁신'을 키워드로 일부 단과대와 전공 개편 계획을 마련해 시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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