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 "파업·이탈 전공의, 48시간 내 미복귀 시 처단"
박단 전공의 대표 "돌아갈 곳 없다…독재 물러나야"
의협·서울의대 "사직 전공의, 파업·이탈 해당 안 돼"
복지부 "지시대로 추진하겠지만 사직하면 해당 안 돼"
주수호·노환규 "비정상의 나라, 어디로 갈까" 일침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23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계엄사령관은 포고령을 통해 전공의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 대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사령부 선포 직후 3일 밤 11시부로 낸 포고령 제5항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했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이틀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게 요지다.
앞서 올초 시작된 정부 의료개혁으로 지난 2월20일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는 등 의료공백 사태가 10개월째 장기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비상계엄 관련 계엄사령부 지시대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미 사직 처리된 경우 법적으로 전공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고려 사항이 필요하겠지만 그 경우는 (계엄사 포고령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복지부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과 포고령 선포 이후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는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며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 이번 비상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하겠다.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측도 "비상계엄 관련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포고령에 언급된 전공의 포함 파업 중인 의료인에 대한 근무 명령은 현재로선 사직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는 것을 계엄사에 밝힌다"고 전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4일 1시경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서 "비상계엄과 관련되어 정확한 사실 파악 중"이라며 "현재로선 사직 전공의로서 파업 중인 인원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전공의들은 법적으로 파업이 아닌 '사직'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대변인은 "현 상황과 관련하여 의사회원들의 안전 도모와 피해방지를 위해 협회는 만전을 기할것"이라며 "또한 국민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현장은 계엄 상황에서 정상 진료임을 알린다"고 했다.
이어 "현 상황으로 인한 피해 등이 있으신 경우 회원은 즉시 협회로 연락 바란다"며 "다시 한번 계엄사령부에 말한다. 현재 파업 중인 전공의는 없으며 사직 처리된 과거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차기 의협회장 후보는 비대위와 기자단의 단체 대화방에서 "(사직서를 내고 떠난 전공의들은) 모두 사직 처리된 바 파업, 이탈에 해당하는 경우는 현재 없다"며 "6월이라면 해당하는 이탈 전공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사직자를 과거 계약을 기준으로 강제 노동을 시킬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포고령 제1호 5항에서 언급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 대해 "장롱면허 간호사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현직 간호사의 네 배쯤 될 텐데"라고 주장했다. 이는 의료법상 '의료인'에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도 포함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 겸 의협 차기회장 후보는 SNS에 "비상계엄 선포도 황당한데, 어느 방송사도 특집 속보를 내지 않고 정상 방송 중인 게 더 당황스럽다"며 "여야 막론, 나라가 비정상에 개판인 건 틀리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출입 기자단에게 사전 언질 없이 불시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직후 속보가 바로 뜨지 않은 데 대해 의견을 낸 것이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 "내 인생의 마지막 계엄은 대학교 1학년 때인 1980년이었다"며 "내가 죽기 전에 비상계엄을 다시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과반수의 결정을 비상계엄을 해제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르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것은 계엄 선포가 아니라 하야 선포"라고 언급한 평론가 유재일 씨의 말을 인용하며 "이 나라는 대체 어디로 갈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