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명만 1년간 돌봄 계약 연장
본사업으로 전환은 무기한 연기
고소득 강남 거주자가 주로 이용
내달 이용료 20% 올라 月300만원
저렴한 돌봄서비스 취지 못살려
정부,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 등
'가사 사용인'으로 활용 방안 추진정부가 이달 말 종료되는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가사관리사와 이용 가구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현재 98곳인 이용 가구 수를 늘리지는 않기로 했다. 지금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소득 지역에만 이용 가구가 몰려 있는데, 다음달부터는 서비스 이용 요금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규제 등에 발목 잡혀 ‘저렴한 가격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14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이용 가구는 계속해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쓸 수 있다. 다만 본사업으로의 전환은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는 시범사업 도입 당시 가사관리사 국적을 다변화하고 1200명까지 늘린다는 본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100명(현재 98명)의 필리핀 인력을 서울시 가정에 투입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내국인 가사 근로자가 줄고 비용은 비싸지면서 육아 가정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을 반영해서다. 돌봄서비스 업체가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가정에 파견하는 형식이다.
시범사업 기간은 당초 6개월로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외국인력정책위는 이날 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이들의 국내 근로 체류 비자 기간을 29개월 늘리기로 했다. 시범사업 업체와의 근로 계약도 이달 말에서 내년 2월 말까지로 1년 연장했다.
이에 따라 귀국 의사를 밝힌 5명을 제외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93명은 2027년 7월 말까지 국체 체류가 가능해졌다.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가사관리사와 이용 가정 모두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가사관리사 9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계속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72명(73%)으로 나타났다. 이용 가구 112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서비스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 문제는 높은 이용료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려운 점이다. 현행법상 외국인 인력에게도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사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요금은 주 40시간 기준 242만5560원으로 내국인에 비해 크게 저렴하지 않다. 이용 가정의 73%는 부부 합산 가구 소득이 월 9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 3구와 용산구, 성동구, 동작구 거주자가 67%에 달했다.
그런 데다 다음달부터는 이용 요금이 대폭 오른다. 시간당 이용 요금이 1만394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860원(20.5%) 인상된다. 월 사용료는 주 40시간 기준 292만3200원으로 지금보다 49만7640원 늘어난다.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서울시의 운영비·관리비 지원도 다음달부터 끊기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 자녀 돌봄 시 민간 서비스 요금 2만500원보다 17.6%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및 결혼 이민자의 가족 등을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가사사용인으로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