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 볼까요? 죽으려고 환장했어?"
경호원들은 스탈린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다 한밤중에 침실로 들어갑니다. 스탈린은 바닥에 쓰러져 손을 떨고 있었습니다.
한참 뒤 흐루쇼프를 비롯한 핵심 정치국원들이 모여 회의를 한 끝에 말렌코프와 베리야가 들어갑니다. 권력서열 2위 말렌코프는 스탈린이 깰까 봐 구두를 벗어 들고 살금살금 걸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스탈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자신의 공포정치가 자신의 명을 재촉한 것이지요.
공산 전제군주가 있다면 단연 스탈린입니다. 군주가 조련사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길러내라고 합니다.
열흘마다 묻자 조련사가 답합니다. "닭이 아직 교만합니다, 호전적입니다, 기가 드셉니다".. 그리곤 사십 일이 지나서야 이제 됐다고 하지요.
"다른 닭이 소리쳐도 나무로 깎은 닭처럼 바라만 봅니다. 다들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달아나 버립니다"
조지훈은 명저 '지조론'에서 이런 지도자를 기다렸습니다.
'언행이 일치해 솔선하는 사람, 청렴강직 하되 무능하지 않은 사람, 앞날의 정치적 생명을 개의치 않고 국정의 대의에 임하는 사람"
대통령의 언어가 연일 격해지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 투쟁과 혁명, 사기적 이념에 휩쓸리는 건 진보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1 더하기 1을 백이라고 하는 사람들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국정철학을 꿰뚫는 표현이 '공산 전체주의' 입니다.
광복절을 전후해 어제까지 여덟 번쯤 썼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이념을 가리키는 듯합니다만, 다소 생소한 표현입니다.
'공산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뜸해졌으니 말이죠. 그런 이념이 우리 곁에 실존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대통령 발언을 빌자면 "허위조작과 선전선동으로 자유를 교란하고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을 그렇게 은유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이념보다 실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도 없다"고 했습니다. "협치, 협치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가려는데 뒤로 가겠다면 안 된다"고 했지요.
우리 앞에는 정치 복원, 경제 회생, 사회 통합의 과제가 산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지 않으려면 절박하게 풀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념보다 실용, 대결보다 협치를 앞에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국정운영의 철학과 합리적 소신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 절절한 마음으로 지켜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소신과 철학이라도 국민을 둘로 나누는 거라면 단호히 반대합니다.
우리는 이미 남북으로 허리가 잘렸고, 동서로 사지가 찢어진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을 "국민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간절한 호소" 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다짐을 되새겨야 할 갈림길에 서 있는 듯 합니다.
8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지도자의 언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