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막을 입법 급하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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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기대에 부풀었던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퍼렇게 멍들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개장부터 3주 동안 약 7.2% 빠졌다. 2년째 부진이 계속되는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올해 들어 6.6% 하락한 것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로 지난해 1.4%보다 훨씬 더 높고 인플레도 더 안정되고 있으며 수출도 살아나는 것이 확실한데도 우리 주가만 유독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얼까.

가정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점증하는 남북 사이의 지정학적 안보 불안이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면서 반작용으로 김정은 체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더 커졌고, 이것이 외국인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2023년 3분기 이후부터 확실히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전년에 비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전년에 비해 107억 달러 이상 증가하던 외국인 국내주식 투자금액이 3분기에는 21억 달러 감소로 반전됐다. 10, 11월 두 달 사이에는 전년보다 39억 달러가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를 떨어뜨린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입이 감소한 때문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1월 2∼23일만 놓고 보면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수액은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도 4조4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7% 이상 빠진 것은 오롯이 국내 기관투자가들, 특히 은행·증권사들이 7조 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이유에선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글로벌 경제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나쁘다고 보는 게 원인일 수 있다. 일단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처럼 밝지 않고, 미·중 갈등이 해소될 기미는 없으며,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도 불안하다. 그에 더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나 강도도 시간이 갈수록 덜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분위기가 비관적으로 물들어 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연초부터 증시를 방문하고 주식 관련 제도나 세제를 대폭 완화해 시장 분위기를 띄운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개인종합자산관리(ISA) 계좌 납입 한도를 확대하고 비과세 혜택을 대폭 상향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증시 관련 규제 완화 조치가 대부분 입법사항이어서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가업(家業)의 대물림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상속세 완화 조치도 입법사항이어서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도한 상속세 규정 때문에 수십 년 키워 온 가업을 억지로 매각해야 하거나, 엉뚱한 기업과 결합하는 사례가 자주 나온다. 그 과정에서 피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우리 기업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다수 국민이 환영할 만한 증시 및 상속증여세 세제 개혁을 정부에 기대해 보지만, 지금 같은 기업 비우호적 국회가 엄존하는 한 도돌이표가 될 공산이 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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