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즐기는 소주·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알성비(알코올 가성비)’를 따지는 수요가 늘고 있다. 비슷한 돈이면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많이 마시기보다는 ‘특별한 한 잔’을 찾는다는 얘기다. 이에 점점 내려가던 소주 도수도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소주 제품인 일품진로와 화요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품진로 매출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67%, 78% 늘었다. 화요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1%, 70%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역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수 박재범이 내놓은 24도의 원소주 스피릿 소주를 독점 판매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원소주·일품진로·화요 등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 매출이 전 분기와 비교해 12.6%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지난해 원소주가 열풍을 일으켰음에도 올해 성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증류식 소주의 인기가 식지 않자 주류 업계는 신제품을 내놓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달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22도의 증류식 소주 ‘동해 22’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나무통 숙성 원액을 넣은 43도의 ‘일품진로 오크43’을 출시했다. 2016년 증류식 소주 ‘대장부’를 선보였다가 5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던 롯데칠성음료 역시 최근 증류식 소주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L&B에 따르면 킹소주24는 출시 한 달 만에 7만 병이 판매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6병에 9900원이라는 파격가로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며 “소주·맥주 가격 인상으로 같은 값이면 더 취하는 술을 찾는 알성비가 다시 중요해짐에 따라 기획한 제품으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소주 도수를 확 낮춰 맥주와 섞을 필요 없게 한 제품도 있다. 대전·충남 지역 소주 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지난 3월 국내 최저 도수 소주인 14.9도의 ‘선양’을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맥주 없이 소주만 깔끔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마트·편의점·슈퍼마켓 등에 납품하는 등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오는 17일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