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팀들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여름에 가야 동료 선수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더 많기는 하다. 이런 사실은 조규성과 구단도 당초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적을 준비했다. 마인츠와 셀틱은 적극적으로 조규성을 원했고, 최소 40억원 등 구체 액수가 공개될 정도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전북은 유럽 구단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단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했다”고 했지만 팬들은 “잔류 설득에 무게를 뒀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마인츠는 “너무 비싸다”고 밝혔다.
K리그 왕좌 탈환을 노리는 전북으로서는 지난 시즌 17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규성 같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 경험을 쌓는 것은 개인의 발전이나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뛰는 경험을 해야 실력도 커지고 자신감도 쌓인다. 이젠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뒤로하고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할 때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스페인을 이기며 돌풍을 일으킨 일본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2020년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사무소를 차리고 자국 선수들이 훈련·회복하는 공간도 제공한다. 지난 월드컵 때 일본 대표팀은 26명 중 19명이 유럽파였다. 일본 대표팀 미나미노 다쿠미(AS 모나코)는 “외국 선수들과 맞붙기를 두려워하는 일본 선수는 없다”고 했다.
우리는 체계적 해외 캠프도 없는 실정에서 최소한 물 들어올 때 노는 저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 영웅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건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첫 단추다. 조규성은 “이적 제안을 한 팀들이 여름이 되면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이 내 몸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조규성은 결국 ‘월드컵 프리미엄’을 놓치게 될 우려가 크다. 이번 이적 해프닝이 단순히 조규성 한 선수의 기회 무산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과 팀의 성적만 앞세울 뿐 선수의 미래에 투자하려는 인식이 없는 한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