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친환경산업 유출 막을 '탄소중립법' 만든다…美IRA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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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19. 오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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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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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 추진 공식화…공급망 투자 집중·클린테크 생산시설 확대

EU집행위원장, '탄소중립산업법' 신설 추진 공식화
(스트라스부르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역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탄소중립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발언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023.1.18 photo@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역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탄소중립법' 입안 추진을 공식화했다.

친환경 산업 관련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EU 내 클린테크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클린테크를 육성하기 위한 최우선 요건으로 '신속성과 접근권'을 키워드로 제시한 뒤 "클린테크 산업 관련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좋은 산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이 EU의 반도체법과 동일한 형태로 설계될 것이라면서 "특히 새로운 클린테크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신속히 이뤄질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이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EU 반도체법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탄소중립산업법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집행위가 신규 법안 입안 시 협의를 거쳐야 하는 대상인 유럽의회에서 추진 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 대응의 '선두 주자'를 자처해온 EU는 미국 IRA 시행 여파로 EU 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관련 투자가 미국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
(스트라스부르 EPA=연합뉴스)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이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8 photo@yna.co.kr


의회에 함께 출석한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도 이날 미국 IRA를 겨냥해 "국제 경쟁 및 무역 규칙에 있어 심각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양측 간 대화가 진행 중인 점을 상기하며 "EU 기업들도 (IRA를 통해) 캐나다, 멕시코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러나 현실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활용하고 있고, 중국은 기술 분야에 국가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EU는 한국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미산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의 일부 요소가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진행 중인 미국과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자, 사실상 IRA와 거의 비슷한 내용의 법안으로 응수에 나선 셈이다.

탄소중립산업법 신설은 EU가 IRA에 맞서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한시적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투자 기금 확대 계획을 예고한 상황에서 추가로 나온 대응책이기도 하다.

최근 보조금 제도 개편 및 기금 확대 여부를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있는 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구체인 입안 추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EU에서 신규 법안이 제정되려면 집행위·의회·이사회 간 삼자 협의 및 27개 회원국 동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초안을 마련해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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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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