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 새마을금고가 경영평가 2등급?…‘연체율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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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09. 오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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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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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전경. 연합뉴스


올해 6월 말 ㄱ새마을금고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 2등급을 받았다. 총 5등급 중 소비자 사이에서 우량 금고로 분류되는 1·2등급에 안착한 것이다. 그러나 ㄱ금고가 향후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한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은 6.55%로 3등급이었고, 부실 대출로 발생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자본비율도 모두 3등급에 그쳤다. 총 11개 항목 중에서 8개 항목이 3등급에 해당했다. ‘종합 2등급’이라는 성적표에서 기대되는 숫자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영실태평가 체제에 일종의 ‘착시 현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부실 대출이 많고 자본비율이 낮은 경우에도 1·2등급을 받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탓이다. 통상 소비자들이 1·2등급 금고를 ‘우량 금고’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도 중장기적으로 경영실태평가 체제를 고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8일 새마을금고 정기공시 현황을 보면,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 1·2등급을 받은 금고들부터 올해 상반기 정기공시를 하기 시작했다. 부실화 우려가 높았던 대구에서는 총 102개 금고 중 16곳이 전날까지 공시를 완료했다. 모두 1등급이나 2등급을 받은 곳이다. 3∼5등급을 받은 금고들은 공시 기한인 이달 31일에 맞춰서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시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숫자 중 하나는 종합등급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각 금고의 경영실태를 평가해서 종합등급을 매긴다. 1등급(우수)과 2등급(양호)까지는 통상 우량 금고로, 3등급(보통)과 4등급(취약), 5등급(위험)은 부실이 있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금고로 분류된다. 1·2등급을 받은 금고들부터 공시를 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종합등급을 매기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평가는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뉘며, 각 부문은 2∼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항목별 등급의 평균이 부문 등급이, 부문별 등급의 평균이 다시 종합등급이 된다. 특정 부문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도 다른 데서 만회하면 종합 1·2등급이 가능한 구조다. ㄱ금고의 경우 연체대출금비율(연체율) 항목에서 받은 1등급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이었다.

문제는 각 항목이 지니는 함의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ㄱ금고의 경우 같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각각 2.87%(1등급)과 6.55%(3등급)로 격차가 컸다. 연체율은 이자를 1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의 비율로, 연체가 이뤄져야만 집계된다는 점에서 ‘후행 지표’로 분류된다. 이자를 깎아주거나 아예 감면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 여부뿐 아니라 신용회복·개인회생 절차 진행 여부, 대출 담보물에 대한 다른 금융회사의 법적 조치 여부 등까지 반영된 숫자다. 당장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아도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까지 포괄하는 지표다. 상황에 따라 연체율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중요도가 높을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행 평가체계는 이 두 가지 항목의 산술평균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관리’ 방식을 감안하면 이런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새마을금고는 연체율 급등세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자, 연체된 대출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해당 대출이 연체율 집계에 아예 잡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일부 금고가 이런 방식으로 연체율을 떨어뜨려 좋은 종합등급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새마을금고 감독당국인 행정안전부와 개선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경영실태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행안부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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