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현대차도 주목한 이것은… 전기차 시대 부상하는 SiC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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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4. 오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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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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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전력반도체 대체하는 SiC
2026년 6조원 이상 시장 전망
美 온세미, 부천에 1조4000억원 투자
SK, 그룹차원 M&A 등 공격적 공략
“기업 노력에 따라 시장 선점 가능”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전기차, 전자기기, 5세대 이동통신(5G)망의 핵심 반도체로 실리콘카바이드(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가 떠오르면서 이와 관련한 한국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소수 반도체 회사가 과점 형태를 띄고 있어 대안 세력이 필요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높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1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전력반도체는 전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SiC 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Si) 반도체를 대체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Si 반도체 대비 약 10배의 전압과 수백도의 고열을 견디는 특성을 보인다. 이와 동시에 두께는 10분의 1 수준이어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삼성전자 DDR5 D램 모듈용 PMIC. /삼성전자 제공

특히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전력효율을 7%쯤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에 SiC 전력반도체를 처음 도입한 이후, 전체 전기차의 3분의 1이 SiC 전력반도체를 채용 중이다. 이 채택률이 오는 2025년이면 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욥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19년 5억달러(약 6530억원)에서 2026년 49억달러(약 6조4000억원)로 약 10배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수요 폭증으로 이 시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여지가 크다.

SiC 반도체의 장점은 기존 Si 반도체 생산 장비로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의 높은 생산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 관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력반도체 업계 2위 미국 온세미가 최근 경기 부천시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SiC 생산기지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애초 온세미는 스위스 ST마이크로, 독일 인피니언 등 경쟁자가 다수 위치한 유럽에 생산시설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틀었다.

온세미코리아 SiC 전력반도체 제조시설 착공식. /온세미 제공

온세미는 SiC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500억원 규모의 소재와 장비, 부품 등을 한국 업체들로부터 조달할 예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부상 중인 현대차 공급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현대차는 내년 국내에 첫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 늘어나는 전기차 생산량만큼 SiC 전력반도체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온세미는 경기 지역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글로벌 최고 기업과의 공급망 형성도 노린다.

국내 기업 중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곳은 SK그룹이다. 계열사이자 국내 유일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사인 SK실트론은 지난 2020년 미국 소재 전문 기업 듀폰의 SiC 사업부를 인수하고, 웨이퍼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3년간 3억달러(약 3900억원)의 투자를 밝혔다. SK실트론의 미국법인인 SK실트론CSS는 미국 미시건주 공장에 SiC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고, 구미 공장에는 1900억원을 들여 SiC 웨이퍼 제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구미 공장은 오는 4분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주요 고객사 중의 하나가 바로 부천에 생산시설을 짓는 온세미다.

SK실트론이 생산 중인 SiC 반도페 웨이퍼. /SK실트론 제공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국내 유일 SiC 생산 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지난 4월 인수했다. SK㈜는 이 회사에 지난해 1월 268억원을 투자, 지분율 33.6%의 2대 주주 지위에 올랐고, 올해 초 경영권 인수와 증자 목적으로 1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지분 95.8%를 확보했다. SK㈜는 예스파워테크닉스 인수를 통해 SiC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 생산(실트론)부터 설계, 제조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DB하이텍도 SiC 반도체 생산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생산 설비는 충북 음성 공장에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6인치(150㎜) 웨이퍼와 8인치(200㎜) 웨이퍼로 SiC 반도체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LG에서 계열 분리한 LX그룹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LX세미콘 역시 SiC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LG이노텍으로부터 SiC 관련 유무형 자산을 인수하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선언했으며, 현재 충북 청주에 SiC 연구인력을 모으고 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력반도체 시장은 소비량의 90%를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해외기업 특허 선점으로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하기엔 채산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최근 전기차 보급확대로 SiC 등 화합물 전력반도체 시장이 관심을 받고 있어 기업의 투자와 연구가 집중되고 있고, 현재 이 시장은 해외에서도 상용화 초기 단계라 국내 기업들 노력에 따라 점유율 확대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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