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알몸남 1년 후… 책걸상·대리석 바닥·정수기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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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범인 흔적 남았을지 몰라학내 책걸상 다 바꿔야"

지난해 10월 서울 동덕여대 정문의 ‘외부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배너. 학교는 이 조치 외 학교 전체 책걸상을 바꿔달라는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 / 장련성 기자


지난해 10월 동덕여대 대학원 건물 강의실에서 한 남성이 나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른바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소홀한 외부인 통제를 문제 삼으며 '학교 전체 책걸상 교체' '외부인 출입금지' 등을 요구했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동덕여대는 학생 의견을 수용해 약 6000만원을 들여 일부 강의실의 책걸상, 대리석 바닥 상판, 정수기 등을 교체했다. 학내에서는 이전부터 책상과 의자가 붙어 있는 일체형 책걸상에 불만을 가졌던 학생들이 '알몸남 사건'을 계기로 목표를 이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에 '어느 여대에서'라는 내용과 함께 한 남성이 나체로 여자 화장실 입구와 강의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올라왔다. 자위를 하는 듯한 장면과 동영상도 있었다. 게시물을 올린 박모(28)씨는 행정관리사 3급 자격증 갱신을 위해 교육을 받으러 왔다가 사람이 없는 점심때인 오후 1시 15분쯤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는 경찰에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겼다"고 진술했다. 붙잡히기까지 8개월간 박씨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신의 나체 사진 게시물은 56개였다.

당시 동덕여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학생 300여 명이 참여한 공청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정액이 묻었을지 모르는 학내 모든 책걸상 즉각 교체 ▲모든 건물에 카드 리더기 설치 ▲모든 건물에 한 명 이상의 경비 인력 상시 배치 등을 요구했다. 김명애(61) 동덕여대 총장은 공청회에서 "총장으로서 학생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학교는 특히 11억원으로 추산되는 학내 모든 책걸상 교체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소동은 학교가 모든 건물에 카드 리더기를 설치하고, 교내에 모든 외부인을 출입 금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뒤 학교는 책걸상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지난 2월 박씨가 드나들었던 대학원 건물 강의실 210호의 책걸상 118개와 대리석 상판을 모두 새 제품으로 바꿨다. 박씨가 범행 중간 물을 마셨을지 모르는 정수기 5개도 바꿨다. 210호의 대체 강의실이었던 숭인관 609호, 인문관 C407호 내 노후 시설도 모두 보수했다. 공사에는 약 6000만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박씨가 이용했을지도 모르는 시설을 학생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학내 일부 학생은 "책걸상 교체는 전부터 학교 측에 했던 요구인데, '알몸남 사건'을 통해 관철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22)은 "책상과 의자가 붙어 있는 일체형 책걸상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2016년부터 제기됐었다"며 "이 사건을 통해 전체 책걸상을 교체하려 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일부 바꾼 것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동덕여대 학생은 "그 남자가 화장실 앞에서 사진을 찍었으면 화장실 어딘가에도 정액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책걸상 교체만 요구하는 의도가 뻔하지 않으냐"고 했다.

지난 6일 박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함께였다. 서울북부지법은 판결문을 통해 "해당 장소에 손쉽게 침입하거나, 이런 행동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관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피고인은 오로지 자신의 나체 촬영을 목적으로 했고, 음란물 유포 행위도 자신을 과시할 목적이었고 영리 목적은 없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알몸남에 대한 형 집행과 함께, 학생의 안전과 인권 보장 또한 유예되고 말았다"며 "사건으로 인해 학생들이 겪은 불안감, 공포감, 정신적 충격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고 밝혔다.

[이영빈 기자 be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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