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로 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달라이 라마의 단계적 명상 수행법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세계의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는 달라이 라마. 그는 6세 때부터 불교철학, 논리학, 의학, 시, 음악, 언어 등의 교육과 종교적 훈련을 받았다. 83세인 지금도 전 세계를 순회하며 자애와 연민, 환경 보호 그리고 세계평화를 호소하는 법문과 강연을 하며 감동을 주고 있다. 최고의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달라이 라마는 매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난다. 러닝머신으로 달리기를 하고, 오체투지 기도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가장 힘들고 경건한 기도 방법이 오체투지이다. 그리고 명상에 든다. 기도와 명상은 달라이 라마가 히말라야 다람살라에 기거한 지 50년 동안, 새벽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온 의식이다. 달라이 라마의 넓고 깊은 지혜와 통찰력, 자애심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달라이 라마는 새해가 되면 전 세계인들을 향해 “자기 마음을 맑게 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음의 왜곡된 인식을 걷어내고 세상과 사물과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르게 보라는 것이다. 마음의 왜곡된 인식은 탐욕과 성냄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우리는 마치 소가 코뚜레에 꿰어 끌려가듯 온갖 문제에 빠져들고 괴로워한다.
사물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이 영원한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괴로움에 이르는 길이 행복에 이르는 길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것은 즐거움의 원인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지無知’로 인해 우리는 행복을 원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진정으로 행복한지를 모른다. 괴로움을 가져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원치 않으면서도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추구한다.
이 책은 그 같은 무지에서 벗어나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명상 수행법을 제시한다. 명상 수행을 통해 ‘나’라는 것이 본래 스스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도 아님을 꿰뚫어 보는 ‘통찰 지혜’를 계발하게 되면, 우리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해로운 마음들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내 삶에 적용해 보는
무지, 연기, 무상, 공 그리고 자애
무지無智 |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까? 삶은 왜 이리 힘이 들고 괴로울까?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해로운 마음(감정)들 때문이다. 해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무지無智’이다. 세상의 본질적인 모습을 모르는 무지 때문에 성냄, 화, 절망 같은 해로운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를 극복하는 수행을 하면 우리에게 온갖 괴로움을 가져오는 해로운 감정들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 무지를 없애 주는 약,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약이 바로 ‘통찰 지혜’ 즉, ‘본질을 바르게 보는 마음의 눈’이다. 예를 들면, 문 바로 앞에 뱀이 있다고 잘못 생각해서 공포에 질려 있는 사람에게 저쪽 편에 나무가 있으니 그쪽으로 올라가 피하면 된다고 아무리 알려줘 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문 앞에 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명상이란 바로 이러한 통찰 지혜를 기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연기緣起 | 우리의 왜곡된 인식은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각기 독립적으로 일어나고 고정된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일어난다. 이 세상은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수많은 원인과 조조건이 상호 관계하여 일어난다. 그리하여 독립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이것과 저것이 연결되어 일어나는 즉 연기緣起적 세상일 뿐이다. 가령,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과거와 현재의 원인과 조건이 만난 결과이다. 이렇듯 모든 현상을 연기적으로 보게 된다면 탐욕, 성냄, 질투심, 호전성 같은 해로운 마음들이 일어나지 않고 이로 인한 왜곡된 행동들도 하지 않게 된다.
무상無常 | 모든 것이 연기하여 일어나므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은 일시적인 것일 뿐, 또 다른 여러 원인과 조건의 통제를 받아 또 흩어지고 변한다. 무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젊음과 늙음, 발전과 소멸 등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증거들이다. 연기적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무상함을 알게 되고, 집착과 탐욕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편, 모든 것이 매 순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이 바뀌지 않고 영원히 계속된다면 괴로움도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그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즉 무상함을 알면 마음의 안락함을 얻을 수 있다.
공空 | ‘공空’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를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한다. 모든 것은 연기하여 변하므로 곧 실체가 없다는 것, 즉 ‘공空’하다는 것은 과학적 인과의 원리를 뜻한다. 공을 이해하면 해로운 마음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공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가 만들어낸 생각으로 대상을 보게 되므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우리의 감각이나 마음에 무엇이 나타나든지 간에 그 대상들이 생각에 의지하여 일어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밧줄을 뱀으로 보고 놀라는 것처럼, 우리를 해롭게 하는 모든 감정들은 ‘생각’이 만들어낸 망상의 결과물이다. 명상을 통해 ‘공空’의 마음을 꾸준히 단련하면 그러한 망상을 없앨 수 있다. 인생의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생각’이기 때문이다.
자애慈愛 | 무지, 연기, 무상, 공 등, 모든 존재와 현상의 궁극적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 지혜를 갖추면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자애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들 역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인연들에 의해 존재하며,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괴로움을 겪고 싶어 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나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어리석은 일임을 알게 된다. 다른 존재를 향한 따듯한 미소, 친절한 말 한 마디, 아낌없는 베풂과 거룩한 희생까지 진정한 이타적인 태도는 모두 자애의 마음에서 시작한다.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우선 당신 자신의 평화를 이루고 그 평화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 주십시오.”
미친 듯이 헤매는 마음이라는 코끼리는
명상이라는 기둥에
알아차림의 밧줄로 단단히 묶어
지혜의 고삐로 서서히 길들여야 한다
모든 존재와 현상이 변하듯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수행과 명상을 통해 평온하고 맑은 마음을 갖추게 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명상을 통한 깨침과 효과 또한 영원하지 않다. 아는 것을 잊지 않으려 계속 공부하듯, 명상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50년간 매일 아침 명상을 해온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반복적으로 또한 규칙적으로 분석하고 명상하라고 여러 번 강조한다. 깨어 있음과 통찰 지혜는 이러한 지속성, 부지런함으로 유지될 수 있다.
부처님은 지혜와 연민이 깨달음으로 날아오르는 새의 두 날개라고 말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무상함과 자성의 공함에 대해 명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애와 연민에 대해서 명상함으로써 갖출 수 있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에게 깨달음을 확장하여 자비심을 베푸는 것, 궁극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바로 이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사람들은 계율을 일종의 억제나 처벌로 여기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인 것처럼, 부처님께서 정하신 계율은 우리에게 파멸을 불러오는 해로운 행위를 억제하고 해로운 마음을 극복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나에게 고통을 가져올 의도나 행위를 자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는 몇 년 전에 심한 위장병을 앓고 난 이후로 그동안 좋아했던 신 음식과 찬 음료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나를 벌주려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위해 계율을 정하셨습니다. 계율은 우리가 정신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음을 쓰게 해 줍니다. -106쪽
사람이 여섯 가지 요소, 즉 흙(몸의 단단한 물질들), 물(액체), 불(열), 바람(에너지, 움직임), 허공(몸의 비어 있는 부분들), 의식의 합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가 없듯이, 이들 각각의 요소 또한 다시 자신의 부분들에 의존해서 형성되므로 고정된 실체가 없습니다. 나’의 본래 모습을 제대로 알고 나면 똑같은 추론 과정을 통해 모든 내적, 외적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현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면 다른 모든 현상들의 본질 또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을 할 때 먼저 자기 자신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그러고 나서 다른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138쪽
무엇을 찾지 못했을 때 단지 맥없이 “찾지 못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누가 자기 소를 잃어버리면 “소는 이러이러한 곳에 없더라”는 말만 듣고 그냥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 지역의 높은 곳과 중간 지대, 저지대를 빠짐없이 샅샅이 뒤진 후에야 비로소 소를 찾을 수 없다는 확실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를 찾을 때도 결론에 이를 때까지 계속 명상을 해야 비로소 확신을 얻을 수 있다. -163쪽
우리의 감각이나 마음에 무엇이 나타나든지 간에 그 대상들이 생각에 의지하여 일어난 것임을 이해한다면 모든 현상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현상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김으로써 생겨나는 온갖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있으며, 망상을 없애 주는 치료제인 ‘공空’이 무엇인지, 즉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210쪽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을 반짝이는 별들처럼, 눈병에 걸린 눈으로 본 허상처럼 등불의 깜박이는 불꽃처럼, 마술사의 환상처럼 이슬, 물거품, 꿈, 번개, 구름처럼 보라.
나는 지혜를 구하고자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법문을 시작하려고 할 때 모든 것의 무상함에 대한 이 구절을 혼자서 읊고 나서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냅니다. 무상을 상징하는 이 짤막한 소리를 냄으로써 내가 현재의 자리에서 곧 내려갈 것임을 잊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228쪽
우리는 언젠가 죽어야만 하며 게다가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설령 오늘 밤에 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후회가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이해하면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될 것입니다. -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