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았는데 방치하고 피격되자 월북몰이한 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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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사진은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안보실과 국방부, 해경 등에 대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대준씨는 북한군에게 피살된 뒤 해상 소각되는 비극을 맞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살아 있는 걸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했고, 숨진 이후에는 관련 자료를 삭제 왜곡하며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이 사안은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은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만큼 재판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당시 안보실이 이씨가 실종 38시간 만에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합참에서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충격이다. 이씨를 살리기 위한 범정부 대응이 필요한 때 안보실장과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상황평가회의마저 열지 않고 퇴근했고, 통일부에선 장차관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살릴 수도 있었던 이씨는 이처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속에 사망했다. 더 황당한 건 그 이후다. 책임 회피를 위해 안보실은 보안유지 지침을 내렸고 국방부는 자료삭제를 합참에 지시했다. 이씨가 여전히 실종 상태로 보이도록 기자들에게 가짜 문자를 배포하고 가짜 해상수색까지 벌였다. 또 전문가 답변을 짜깁기해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처럼 몰아갔으며, 한자가 새겨진 구명조끼 등 월북에 반하는 증거는 은폐됐다.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국가는 이씨를 두 번 죽인 셈이다.

감사원은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요구 등을 조치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제 국민이 입에 담기 힘든 참사를 당하는데 어느 기관 하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고려에 국민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이 더 이상 가능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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