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일 낭만 음악 작곡가 ‘막스 브루흐 (Max Bruch, 1838-1920)’는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하여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스코틀랜드 환상곡’,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오페라 <로렐라이>, <헤르미오네> 등 4개의 오페라, 3개의 교향곡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는 유대인이라는 오해를 받아 사망 후 나치 독일 시대에는 음악의 연주가 독일 내에서 금지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는데요, 그러한 오해에 일조를 한 음악이 바로 히브리 옛 성가에서 그 선율을 딴 ‘콜 니드라이 (Kol Nidrei)’입니다.
https://youtu.be/MAg093anVuo
히브리어로 ‘모든 서약들’, ‘신의 날’이란 의미로도 해석되는 유대교의 속죄일 ‘욤 키푸르 (Yom Kippur)’에 하는 기도 ‘콜 니드라이’는 무겁고 장중한 성가곡이자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오랜 역사의 성가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막스 브루흐는 42세가 되던 1880년, 이 히브리 성가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콜 니드라이 작품번호 47번 (Kol Nidrei, Op.47 for Cello & Orchestra)’를 작곡하였고 이 곡에 ‘히브리 선율에 의한 첼로, 하프가 있는 관현악을 위한 아다지오 (Adagio nach hebraeischen Melodien fuer Violoncello mit Orchester und Harfe)’란 부제를 붙였으며, 아다지오란 부제처럼 매우 느리며 경건함이 느껴지는 무게감 있는 곡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원작 버전 외에도 첼로와 피아노, 비올라와 피아노, 비올라와 오케스트라 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과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고향을 잃고 수천년의 시간을 떠돌아 다니던 유대인들의 마음을 담은 작품인만큼 이제는 갈 수 없는 북한의 수도의 이름을 딴 평양냉면은 어떨까요?
평양냉면은 흔히 ‘물냉면’이라 부르는 국수의 일종인데요. 흔히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함흥냉면에도 육수가 있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종류가 다 있기 때문에 메밀국수 사리에 맑은 동치미 국물과 식힌 고기 국물 등을 부어 고명을 얹어 먹는 것이 평양냉면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함흥냉면은 녹말국수 사리에 양념장을 얹어 비벼 먹거나 소고기육수를 부어 먹기에 국수의 종류가 다른 음식이라 보시면 됩니다.
차갑게 먹는 국수란 의미의 ‘냉면’은 조선의 왕들도 즐겨먹던 여름의 별미입니다. 일제강점기때는 배달 음식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이하게도 지금은 여름에 더위를 가시게 하기 위하여 많이 먹는 음식이지만 옛날에는 겨울 별미이기도 하였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어 온돌로 방을 따뜻하게 만들던 옛날에는 지금만큼 온도 조절이 쉽지 않았었기 때문에 너무 더운 방에서 그 열기를 가시게 하기 위해 냉면을 먹었다고 합니다.
또 이북의 대표적인 음식인 이 냉면은 분단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평양냉면을 대표하는 평양의 음식점 ‘옥류관’을 비롯하여 함흥냉면, 해주냉면, 원산냉면, 청진냉면 등 평양에서도 각 지역마다 냉면의 맛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으며 북한에서는 요리 학교에서 전문가를 키워낼 정도로 냉면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향민들이 운영하는 냉면집에서 북한식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깃집에서 후식냉면으로 빠지지 않으며 2022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평양냉면이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추석에도 실향민들에게 음식으로만 그 깊은 슬픔을 달래어주는 평양냉면은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육수만큼 늦지 않게 얼른 교류가 가능해져 뻥 뚫린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평양에서 오리지널의 그 맛을 맛볼 수 있는 마음이 커지게 만들어주는 음식입니다.
https://youtu.be/9F5SyWIo41k?si=7TcwFlfCMD2Jre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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