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서 관련 매물 586%·거래량 965% 증가
'강남 엄마 교복' 기피 현상 현실화
지난 4일 개그우먼 이수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대치동 엄마' 패러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영상 속에 등장하는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이 중고 장터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영상 게재 전후로 판매량이 약 5배 이상 늘어날 만큼 특정 브랜드가 과시성 소비의 상징으로 낙인 찍힌 것이다. 특히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으로도 풀이 된다.
18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2월 2주차(10~16일)에 '몽클레르(몽클레어)' 키워드로 새롭게 등록된 여성 아우터 상품 수가 2월 1주차(3~9일) 대비 586% 증가했다. 단기간에 매물이 쏟아진 만큼 몽클레르 여성 아우터의 거래 건수도 이전주 대비 965% 폭증했다.
영상에서 4세 자녀를 키우는 대치동 학부모로 분한 이수지는 명품 패딩 브랜드인 몽클레르의 '파르나이바' 다운 재킷을 착용했다. 약 390만원에 판매되는 모델이다. 이외에도 이수지는 고가의 샤넬 가방을 매고 등장하는 등 소위 '강남 엄마 교복'으로 불린다는 패션 아이템을 다수 착용했다. 해당 영상은 게재한 지 보름만에 549만회의 조회수를 돌파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이 게재된 이후 대치동 등 강남 주요 학군지에서는 '몽클레어 패딩 못 입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치동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씨(48)는 "해당 영상이 화제 됐다는 것을 알지만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자녀의 성적 등 타인의 시선에 원체 민감한 지역이라 한번 부정적으로 낙인된 제품은 기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옷장 정리 시즌과 패러디 영상 영향이 겹쳐 매물 등록 건수와 거래량의 증가 추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거에도 특정 집단의 상징으로 여겨져 유행을 크게 탄 뒤 명품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된 사례가 있다. 한때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플렉스(과시 소비를 뜻하는 영어 속어)' 문화가 퍼지며 '스톤아일랜드', '톰브라운' 의류가 큰 인기를 끌다 매출 하락의 쓴맛을 봤다. '비행 청소년 패션'이란 오명이 덧씌워지면서다. 스톤아일랜드의 경우 2022년 한국에서 1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가 2023년 47억원 영업손실로 1년 만에 적자 전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