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방점을 뒀던 ‘먹사니즘’에서 멈추지 않고, 복지와 분배까지 이루겠다는 게 이 대표가 이날 밝힌 ‘잘사니즘’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성장’을 29번, ‘경제’를 15번 언급하며 ‘실용주의 성장론’을 강조했다. “희망을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알파벳 머리글자(A~F)를 딴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 콘텐트(Contents & 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Factory) 등 6대 산업 육성안을 제시했다. 또한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를 강조하며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했다.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신년 기자회견의 키워드를 반복했다. 하지만 “‘기본 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다시 앞세웠다. 주 52시간제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노동시간을 크게 넘어선다며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성장과 분배는 상호 모순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라고 강조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기본사회 청사진을 종합해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조기 대선 출정 선언이었던 이날 연설에서 이 대표가 노동 친화적 태도로 성장과 분배의 공존을 주장한 건 중도 확장과 지지층 결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재묵(정치학)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한 달간 시장친화적, 실용적인 중도 확장 발언에 집중했던 이 대표가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산토끼와 집토끼를 둘 다 신경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향후 정국 대응과 관련해서도 “헌정 파괴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는 예고와 “정치의 사명인 국민 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연설문에 모두 담았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가겠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도록 해보겠다”는 제안도 했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 국민투표로 파면하는 제도다. 계엄 정국에서 내란특검법안 등이 부결되자 이 대표 지지층 사이에선 “국민소환제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내쫓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국민소환제 1호 대상” “뻥사니즘 말고 실천하라”고 비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 대표가 ‘또 말 바꾼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민생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추가경정예산과 연금개혁 등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