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셀 반도체'는 거셌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9월까지 월별 기준 1·7·8월을 제외하고 내내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0조211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하지만 10월(1조5059억원)과 11월(73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쓸어담기에 나선 건 뜻밖이다.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35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78% 줄어들 전망이다.
2023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1142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9.62%, 2023년 2분기 전망치(6조8023억원)로 1년 전보다 51.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4년이 돼야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이고, D램 가격은 2001·2007년 때와 비슷하게 3~4분기 연속 20% 수준으로 하락해 전년 대비 6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코로나 19 봉쇄 항의 시위 확산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애플의 제조 중심지인 정저우 공장의 혼란으로 인해 올해 아이폰 프로의 생산량 감소가 6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업체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대부분을 생산한다.
경기 상황을 앞서 반영하는 반도체 주식의 특성상 내년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은 올해와 내년의 공급 제한 효과가 2024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반등해 2024년 이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완화로 인해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며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며 “아시아 시장에 투자가 몰리면서 국내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