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서 날아온 '부실'이란 망령 : 저축은행 예고된 추락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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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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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1편
한국은행 기준금리 세차례 인하
하지만 대출금리는 고공행진 중
실적 부진에 빠진 국내 저축은행
8년 연속 흑자기조 이어 왔지만
2023년부터 대규모 적자 기록해
저축은행 발목 잡은 PF 대출 부실
PF 대출 연체율 12%대 웃돌기도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을 잃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년 전 수익성을 올리겠다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손을 댄 게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탓에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늘릴 수도 없다. 서민금융기관으로 불려온 저축은행의 현주소다.

# 그렇다고 저축은행들이 본질을 되찾는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저축은행 업계의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중앙회는 존재감이 없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미룬 탓에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본다는 눈총만 받았다.

# 저축은행이 무너지면 금융취약계층은 대부업체의 문턱을 넘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지 않으면 민생의 밑단이 무너질지 모른다. 과연 저축은행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본질 잃은 저축은행'의 민낯을 해부했다.

국내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이 위기의 늪에 빠졌다.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적 역할은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열을 올린 탓이다. 팬데믹 국면에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 게 결과적으로 악재로 작용했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자초한 위기의 불똥이 애먼 서민에게 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취약계층 사이에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다를 게 없다는 쓴소리까지 나돈다.

기준금리가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총 0.75%포인트를 낮췄다. 그 결과, 3.50%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75%로 떨어졌다. 하지만 서민이 '인하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출금리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의 시중은행(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500만원 이하)과 주택담보대출(고정형·변동형) 금리의 추이를 살펴보자. 한은이 첫 금리인하를 단행한 지난해 10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각각 6.77%, 4.05%였다.

세번째 금리를 낮춘 올해 1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신용대출 6.49%, 주택담보대출 4.27%를 기록했다. 한은이 세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고작 0.28%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되레 0.12%포인트 오르는 '역현상'이 발생했다.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을 조이라고 압박한 탓이 크다"며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항변했다. 대출 속도를 조절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금리를 높게 유지했다는 거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기준금리 인하분을 대출금리에 바로 적용하면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시중은행만 배를 불렸다는 점이다. 대출금리는 그대로 둔 채 예·적금 수신금리는 빠르게 낮춘 결과다. 지난해 10월 각각 3.37%, 3.45%였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와 적금금리는 올해 1월 3.08%, 3.25%로 0.2~ 0.3%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시중은행이 이런 상황이니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10월 6. 03%였던 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올 1월(5.96%) 불과 0.1%포인트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분(0.75%포인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주담대는 그나마 약과다. 지난해 10월 15.39%에서 12월 15.03%로 하락했던 신용대출 금리는 올해 1월 다시 상승했다(15.20%). 신용점수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취약차주借主가 저축은행을 주로 이용한다는 걸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자료 | 금융감독원]


■ 저축은행 부실의 덫 = 저축은행은 왜 대출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1조56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저축은행의 실적은 2023년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실적 부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누적 기준)은 3636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3분기 당기순이익 258억원을 기록한 게 위안거리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긴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대출을 줄이고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신 금리를 낮추는 곳이 많다"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는 저축은행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이어진 저금리 국면에서 저축은행의 최고 효자상품은 PF 대출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띠면서 PF 대출로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였다.

그게 얼마만큼이었는지 통계로 확인해보자. 2019년 37조2000억원 규모였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2022년 70조5000억원으로 8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31조6000억원→40조2000억원·27.2%)의 3.3배 수준이다. 저축은행이 그만큼 PF 대출에 열을 올렸다는 의미다.

그사이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1조2279억원에서 2021년 1조9464억원까지 불어났고, 2022년에도 1조5622억을 기록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은이 팬데믹 국면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효자 역할을 했던 PF 대출은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21년 1.22%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2분기 12.52%로 수직상승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서지용 상명대(경제학) 교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PF대출의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서 PF 대출 부실의 충격파가 컸다"고 꼬집었다.

■ PF 부실의 연장선 = 저축은행의 PF 대출 부실 우려는 '진행형'이다.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9.39%로 소폭 하락했지만 부실을 정리하는 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올해 1월 금융당국이 부실한 PF의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PF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국내 38개 저축은행이 매각해야 할 PF는 128건에 달했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절반가량이 부실한 PF 대출을 떠안고 있다는 거다.



대출을 늘려서 수익성을 개선하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73% (기업대출 연체율 13.03%·가계대출 연체율 4.54%)로 2분기 8.36% 대비 0.37%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을 쌓는 보수적인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의 경영지표가 회복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저축은행 PF 대출 부실 우려의 불똥이 서민에게 튀고 있다는 점이다. 건전성을 우려한 저축은행이 서민대출을 조이고 있어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본질 잃은 저축은행의 자화상 2편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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