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춤추려고 사회복지사 됐나”…장기자랑 강요 악습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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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25.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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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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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 입사하니 신입직원은 복지관뿐만 아니라 기관이 소속된 법인 행사에서도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 내가 이러려고 복지관에 들어왔나라는 회의감이 들었으나 시키니깐 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복지종사자 A씨)

“연말 잔치 때 구청장과 구민 500명을 불러놓고 신입직원에게 공연을 시켰다. 기관장에게 이런 문화는 없어져야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예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을 네가 왜 바꾸려 하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회복지종사자 B씨)

한림대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장기자랑을 강요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지 7년이 지났지만 사회복지시설에선 여전히 장기자랑 강요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지난 3~13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장기자랑 강요 제보를 받은 결과 총 31건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25일 밝혔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장기자랑 강요가 있었던 시설은 경기 C복지관, 전남 D복지관, 부산 E복지관, 강원 F복지관, 경남 G복지관, 서울 H노인복지관·I장애인복지관 등이었다.

전남의 복지관은 새로 취임한 관장을 위한 축하공연을 하도록 했고, 부산의 복지관은 사회복지 실습생들에게 춤을 추도록 했다. 경남의 복지관은 미혼의 사회복지사만 모아 춤을 추게 하고, “해당 선생님의 짝꿍을 구한다”는 공지를 유튜브에 올렸다. 장기자랑 강요는 복지관뿐 아니라 노인인력개발센터, 재활원 등 사회복지시설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강요 대상은 주로 일터의 약자인 신입사원이었다.

장기자랑 강요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시설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온라인노조는 “사회복지시설은 기관장 권력이 막강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문제제기를 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복지관에 취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자랑과 같은 악습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노조는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장기자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장기자랑 강요 시설에 대한 특별감독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난달 3일 출범한 온라인노조는 노조 가입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플랫폼이다. 현재 180명의 조합원이 가입했으며 노조 산하에 사회복지지부·한국어교원지부 등 2개의 업종지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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