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가입 안해도 `솜방망이 처벌`… 빌라왕 수도권 과태료 부과 고작 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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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9. 오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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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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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많게는 수백 채에 달하는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단속은 37건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왕', '건축왕' 등의 전세사기 피해가 몰렸던 수도권에서는 28건에 그친 데다가, 100건을 위반해도 과태료는 최대 4500만원이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어겨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지난해 전국에서 37건이었다. 부과 금액은 총 6억3452만원으로, 건당 평균 1715만원 수준이다.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사업자의 과태료는 보증금의 최대 10%다. 지자체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간이 3개월 이하이면 보증금의 5%, 6개월 이하면 보증금의 7%, 6개월을 넘기면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과태료 총액이 30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급증한 수도권에서의 과태료 부과는 지난해 서울 17건, 경기 7건, 인천 4건 등 총 28건에 그쳤다. 지방에서는 부산 4건, 경북 2건, 경남 2건, 충남 1건의 과태료 부과가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세 사기가 급증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서울 강서구의 경우 '악성 임대인' 명단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를 대상으로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전수조사해 254세대의 미가입을 발견했다.

그러나 지난해 과태료 부과 건수는 8건(부과 금액 1억7200만원)뿐이었다. 성북구(3건), 관악구(2건), 송파구(2건), 광진구(1건), 양천구(1건) 등이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19개 자치구는 아예 보증보험 가입 의무 위반과 관련한 과태료 부과 실적이 전무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 이행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의무를 5가구든 100가구든 상관없이 이에 따른 과태료는 최대 4500만원 뿐이기 때문이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의 경우 전국 주택 462채의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지만 보증보험 가입은 44채뿐이다. 418채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위반해도 최대 과태료는 4500만원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최근 금융당국, 국토부, 지방자치단체가 이른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를 방치했다며 이들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전세대출 규제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됐는데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를 방치했으며, HUG는 보증보험 반환 건수가 증가하고 사고 금액이 늘어나는 등 보증보험 반환제도가 시장에서 악용되는 걸 알았지만 이를 면밀히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토부와 최근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한 강서·관악·미추홀구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전면 의무화됐는데도 미가입자 적발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은 "그간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사실상 제재가 없었다. 가입 의무를 실제 이행하고 있는지 감독과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과태료 부과 외에도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라는 제재 수단이 있기는 하지만, 과태료에 상한을 두는 방식보다는 위반 때마다 거듭 부과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강제력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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