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태원처럼 될라”…‘핼러윈 성지’ 꽁꽁 닫아버린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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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29.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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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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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0만명 모이는 일본 시부야
경찰 2배 늘리고 유명 교차로 폐쇄
편의점 술 판매·거리 음주 금지시켜
지차제장도 “오지 말라” 신신당부


지난 27일 대규모 인파가 몰렸던 일본 도쿄 시부야구 스크램블 교차로. [사진 출처=연합뉴스]
“횡단보도로만 건너주세요. 달리지 말아주세요. 중간에 멈추지 말아 주세요.”

지난 28일 저녁 시부야 명소 스크램블 교차로. 평소 같은 많은 인파가 뒤섞여 5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곳인데, 이날은 횡단보도마다 경찰들이 줄을 치고 둘러싸 하얀색 보도 위로만 사람들이 다니도록 유도했다.

28일 일본 시부야역 만남의 광장으로 불리는 하치코 동상 앞에 ‘시부야에 핼러윈 이벤트가 없다’는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DJ 폴리스’가 방송하는 일본 특수 경찰차. [도쿄 이승훈 특파원]
또 ‘DJ 폴리스’로 불리는 경찰들은 특수 경찰차 상단에 서서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안내방송을 했다. 시부야 최대 유흥가인 센타가이 입구 가운데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사람들에게 우측 통행을 유도했다.

일본에서 ‘핼러윈 성지’로 불리는 시부야가 올해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경찰병력과 바리케이드 등으로 꽁꽁 둘러싸였다. 이에 따라 인파가 분산됐고 핼러윈을 즐기는 인파 또한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시부야의 상징 스크램블 교차로를 바리케이드로 둘러싼 일본 경찰. [도쿄 이승훈 특파원]
핼러윈을 앞두고 지난달 하세베 켄 시부야 구청장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시부야에 오지 말아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핼러윈 행사가 축소되었는데, 4년 만에 대규모로 펼쳐질 경우 인명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159명이 사먕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8일 일본 시부야역 상징인 하치코상이 대형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부야구는 내달 1일까지 하치코상을 봉쇄할 예정이자.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인파 분산을 위해 경찰과 시부야구는 시부야의 상징인 강아지 하치코상을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봉쇄했다. 거대한 천막을 둘러싸 접근 자체를 막은 것이다. 하치코상은 시부야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약속 장소로 통하는 곳이자, 관광객들의 유명한 사진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것 보려고 충칭에서 왔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며 “관광객에게는 볼 수 있게 해달라”라며 인근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하치코상 방면 출구를 막아버린 JR 시부야역. [도쿄 이승훈 특파원]
여기에 더해 JR전철의 하치코상 출구를 막아버리고 반대쪽으로 인파가 가도록 유도했다. 지하철에서 한꺼번에 인파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하치코상 쪽 출구에 사람이 많이 몰려 있으면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시부야 전철 노선 아래를 지나는 도로 하나를 막고, 시부야역 인근 주요 도로의 공공주차장도 모두 폐쇄했다.

일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경찰이 설치한 펜스 앞을 핼러윈 분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특히 시부야구는 31일까지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시부야 노상에서의 음주도 금지했다. 음주 단속을 위해 경찰과 구청 공무원뿐 아니라 시부야구는 민간 경비회사까지 고용했다. 혹시나 모른 주폭과의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또 핼러윈이 정점에 달하는 28일 뿐 아니라 해당일인 31일에도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팔지 못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역 앞에 운집한 경찰 인력.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곳을 찾은 히로시 씨는 “핼러윈 분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려고 왔는데 분장을 한 사람도 많이 안 보이고 경찰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며 “올해는 집에 일찍 돌아갈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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