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된 美 상업용 부동산…12년 만에 첫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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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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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2011년 이후 첫 하락"
재택근무로 공실률 ↑…금리인상에 조달비용 상승
"은행 대출축소→부동산 하락→신용경색 악순환"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12년만에 하락세를 나타냈다. 사무실 공실률이 금융위기 당시를 웃도는 등 미 상업용 부동산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은행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를 인용해 올해 1분기 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반복매매지수가 286.4를 기록해 1년 전(288.6) 보다 2.2포인트(0.8%)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1월 기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사무실 건물의 가격 하락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 약세를 주도했다. 부동산 투자 관리사인 포스트 브라더스의 경우 최근 워싱턴 소재 사무용 건물을 6700만 달러(약 890억 원)에 매입했다. 2019년 가을까지만 해도 건물 가치가 9250만 달러(약 1230억 원)에 달했는데 4년도 안돼 가격이 27.6%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기준 S&P 500 오피스 리츠 지수도 지난해 초 대비 약 50%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고, 급속한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미 사무실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2.9%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웃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가격 하락이 다가오고 있다"고 봤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홍역을 치른 은행권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주 발표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농장·주거용 부동산을 제외한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3조6000억 달러(약 4800조 원)로 이 중 60% 이상을 은행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컸다.

그런데 금리인상으로 대출상환 부담이 가중된 데다, 은행들이 SVB 사태 후 대출 기준까지 강화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에서 연체, 채무불이행 등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다시 은행권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Fed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마이클 바 Fed 부의장은 전날 의회에 "상업용 부동산 위험에 대해 상당히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특히 노출 비중이 큰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이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 사무용 부동산저당증권(CMBS)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1.58%에서 올 2월 2.38%로 0.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CMBS 연체율 오름폭(0.08%포인트)의 10배에 달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의 대출 축소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더 깊어지고, 다시 추가 신용 경색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면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하락폭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우리는 면도날 가장자리에 있는 것처럼 위태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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