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3] 강릉 사천 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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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1.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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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금강산의 채소와 동해 바다의 홍합을 넣은 섭죽을 내놓았다. 섭죽은 동해의 실향민에게 익숙한 맛이다. 강원도에서는 홍합을 ‘섭’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전 해역의 깊은 바위에 붙어 자라는 연체동물로 이매패류이다.

섭을 채취하는 강원도 해녀./김준 제공

함경도나 강원도에서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채소를 넣어 허기를 달랬다. 여름에는 닭고기까지 넣어 보양식으로 먹었다. 함경도에서는 홍합을 밥조개라 불렀다. 조개와 관련해서는 강릉 경포호에 전하는 적곡합(積穀蛤) 이야기가 흥미롭다. 호수에 부유한 백성이 살았는데 탁발을 온 스님에게 똥을 퍼주어 집은 호수가 되고, 곡식은 작은 조개가 되었다. 그 조개는 달고 맛이 좋았다.

/김준 제공 섭죽.

봄 가뭄이 들면 조개가 많이 나서 백성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풍년에는 적게 난다. ‘택리지’의 ‘복거총론’에 전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조개를 많이 채취해 식량으로 사용했다. 선사시대 유적인 조개무지에서 확인된 것만 수십 종에 이른다. 옛날에는 전복이 귀했지만 지금은 홍합이 귀하다. 전복은 양식을 하고, 홍합은 해녀나 잠수부가 물속 깊은 곳에 들어가 채취해야 하는 탓이다. 홍합은 섭죽 외에도 감자와 메밀과 밀을 더해 섭칼국수, 섭장국을 만들었다.

/김준 제공 강릉 섭죽.

보릿고개에 주린 배를 채워 주었던 음식들은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그리고 쌀, 보리, 메밀, 밀 등 곡물과 잘 어울렸다. 강원도 뭍에는 감자와 메밀이었고, 바다에는 홍합이었다. 쌀이 있으면 홍합밥을 만들고, 부족하면 섭죽을 끓였다. 먹을 사람이 많으면 물을 더 넣고, 홍합을 다져 넣어 늘렸다.

/김준 제공 강릉 일대에서 '섭'이라고 부르는 홍합.

마지막으로 몸을 보하는 특성이 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흰 고기가 암컷이요 붉은 고기가 수컷’으로 ‘맑은 장에 끓여 먹으면 사람에게 대단히 이롭고 부인에게 더욱 유익하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홍합을 동해부인이라 했다. 섭을 이용한 음식 중에서 섭죽이 제일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식당에서 찾기 힘들다.

/김준 제공 강릉 지역에서 '섭'이라고 부르는 홍합.

강릉 사천에는 식단에 없는 섭죽을 미리 주문하면 먹을 수 있는 식당(양푼이물회)이 있다. 함경도와 강원도 바다 마을에서는 홍합이 바다에서 나는 곡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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